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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클레너먼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간 게놈 해독 30만원 시대 열어
코로나 변이 분석, 백신 개발에도 기여
브레이크스루상 수상, 노벨상도 단골 후보

데이비드 클레너먼(David Klenerman)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교수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NGS를 활용한 조기 진단이 뇌 기능을 잃기 전에 발병을 막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SD&K 홀딩스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 진단하면 조기 치료까지 가능할 것입니다. 유전자를 해독하면 발병 여부는 물론, 돌연변이가 있는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영국 런던에서 만난 데이비드 클레너먼(David Klenerman·65) 케임브리지대 화학과·치매연구소 교수는 “지금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항체 치료제만 있지만,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 뇌 기능을 잃기 전에 발병을 막는 새로운 치료법까지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해독은 DNA를 이루는 염기 4종류가 이어진 순서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생명체는 그 순서대로 단백질을 합성해 모든 생명현상을 관장한다. 클레너먼 교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개발해 생명과학에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의 염기 30억쌍을 모두 밝힌 유전체(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인류 최초의 게놈 지도가 완성되기까지 13년에 걸쳐 30억달러(한화 4조3350억원)가 투입됐지만, 지금은 NGS 기술 덕분에 200달러(29만원)까지 줄었다. 유전자 해독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클레너먼 교수는 2000년대 초 동료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Shankar Balasubramanian) 교수와 NGS 분석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두 사람이 기술 상용화를 위해 세운 솔렉사(Solexa)사는 2007년 미국 일루미나에 인수됐다. 현재 일루미나는 NGS 기술로 전 세계 유전자 해독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데이비드 클레너먼(David Klenerman)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교수(왼쪽)와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Shankar Balasubramanian) 교수의 모습./영 케임브리지대

클레너먼 교수는 “물리학자로서 유전물질인 DNA와 RNA에 형광물질을 붙여 변화를 판독하는 분자 형광 기술에 매료돼 실험을 하다 NGS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며 “NGS 개발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연구가 NGS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의 차이는 염기서열을 읽는 방법에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DNA 가닥을 증폭하면서 염기 하나씩 길이가 다른 복제본들을 만들었다. 각 복제본마다 끝에 있는 염기를 다른 형광색으로 염색했다. 이 형광을 차례대로 읽어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반면 NGS는 DNA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동시에 해독한 다음, 생물정보학 기법을 이용해 조합함으로써 방대한 유전 정보를 빠르게 해독한다.

클레너먼 교수는 그는 NGS 개발 경험은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입증한다고 했다. 클레너먼 교수는 “NGS 기술의 기초 연구는 영국 생물학연구회(BBSRC)로부터 받은 소규모의 정부 보조금으로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기술 개발까지는 벤처캐피탈(VC)의 자금 덕분이었다”며 “3억달러(4340억원)에 달하는 투자와 일루미나에 솔렉사를 매각하면서 확보한 6억5000만달러(9400억원)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NGS를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발병 원리를 연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엉킨 작은 응집체가 발견된다. 클레너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뇌 척수액에 알파-시누클레인(α-Syn)이라는 단백질의 응집체가 생긴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응집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이 응집체의 크기가 커질수록 뇌의 뉴런(신경세포)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유전자 정보를 순차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 클레너먼 교수는 NGS를 통해 이러한 특징을 찾으면 미리 퇴행성 질환 발병 인자를 선별하는 혈액 검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에 맞는 조기 치료도 할 수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21년 브레이크스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왼쪽부터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Shankar Balasubramanian) 교수, 데이비드 클레너먼(David Klenerman) 교수, 파스칼 마이어(Pascal Mayer) 박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상식은 2023년 열렸다./브레이크스루상 재단

클레너먼 교수는 발라수브라마니안 교수와 함께 2015년부터 노벨 화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력한 후보로 매년 평가받고 있다. 두 사람은 2022년 NGS 개발 공로로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 생명과학상을 받았다. 이 상은 상금이 300만달러(약 43억원)로 노벨상의 두 배가 넘는다.

브레이크스루상 재단은 “NGS 기술이 없었다면 코로나 신속 진단과 백신 개발, 변이 바이러스 추적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코로나 코로나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의 원천 기술을 개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드루 와이즈먼 교수와 독일 바이온텍 커털린 커리코 부사장도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았다. 이들은 이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과학자들은 클레너먼 교수의 노벨상 수상도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는 “우리는 그저 수많은 실험을 하고 운 좋게 대단한 발견을 하면 논문으로 발표하는 연구자일 뿐, 상은 단순 보너스에 불과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후배 과학자들도 성실하게 실험을 하는 연구자가 되기를 부탁했다. 클레너먼 교수는 “시약 농도를 잘못 넣어서 정말 우연하게 엄청난 발견을 하는 운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번에 성과를 얻기 어렵다”며 “한 방법을 시도했다가 효과가 없는 것을 발견하면 왜 효과가 없는지 알아내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 알아낼 때까지 매달리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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