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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결집한 尹, 국민의힘 내 탄핵 반성 목소리 상실 우려
'계엄 정당화' 이미지 보수의 손해... 윤, 사과 메시지 필요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석방돼 한남동 관저로 복귀하면서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이후 극우 보수 결집의 중심에 선 그의 행보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도다. 대통령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지켜보며 자중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체포 이전 극에 달했던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노골적으로 재현된다면
보수층과 여당에 미치는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바뀔 경우
여권 주자의 중도 확장성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
헌재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외부 활동은 자제하지 않겠느냐"며 "관저로 예방하는 분들을 만날 수는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 메시지가 나가더라도 절제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겸허하고 담담하게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첫 주말인 8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찬성집회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2차 범국민대회. 오른쪽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집회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 뉴스1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된 순간 이미 관저 정치는 시작됐다. 당장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여세를 몰아 그간 진행된 수사가 불법이라고 거칠게 지적하며 '탄핵 반대' 여론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전날 구치소까지 찾아간 김기현 윤상현 박대출 이철규 정점식 유상범 강명구 등 친윤석열(친윤)계 의원을 필두로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여권 관계자는 "
아직 움직임이 가시화하진 않았지만, 관저로 예방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탄핵의 강'을 건널 기회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
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보수층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시 강렬하게 결집하면 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 중도층 지지 회복 노력 등 당 일각에서 꾀하는 변화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에 비춰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은 필요했다고 말했던 정치인들도 눈치를 보며 한남동을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고 전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 석방을 결정한 직후 여당과 대통령실에서 잇따라 '
헌재의 탄핵심판도 기각돼야 한다'
는 취지의 요구가 빗발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국민의힘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지지세가 결집되는 점 때문에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계륵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여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권영세(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8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권 대권 주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압도적으로 돋보이는 주자가 없는 여권 상황에서 극우층을 중심으로 당 지지세가 결집하면 차기 주자들도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석방 전후로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시에 '공수처의 무리한 체포'를 맹비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이기는 하나,
국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관저로 복귀한 뒤 정진석 비서실장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기 바란다
"고 당부했다. 이에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와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명태균 특검법' 등의 처리를 두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공수처가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체포하려 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헌재 선고 전에 무리하게 움직일 경우 자칫 헌재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역풍을 자초하는 격이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
당 지도부나 변호인과 소통할 수는 있지만, 직접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나갈 것이라는 전망은 거짓
"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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