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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종로 일대. 연합뉴스


개미투자자들의 주주제안이 10년새 두배로 늘고, 주로 ‘배당확대’ 요구가 많았다는 기업 단체 측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업 단체는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단기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향후 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총수일가를 위한 후진적 경영행태가 만연한 사실엔 눈감은 논리”(박상인 서울대 교수)란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공개한 300개 상장기업 대상 설문 결과를 보면, 상장기업 10곳 중 4곳은 최근 1년간 주주들로부터 ‘주주관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주관여의 주체로는 소액주주와 소액주주연대(90.9%)가 가장 많이 꼽혔고 연기금과 사모펀드 및 행동주의 펀드는 29.2%, 19.2%에 그쳤다. 주주관여는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서한, 주주제안 등의 활동이 있다.

주주관여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배당확대(61.7%) 자사주 매입·소각(47.5%), 임원의 선·해임(19.2%),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정관변경(14.2%) 등의 답변이 나왔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은 10년새 두배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체 주주제안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은 2015년엔 27.1%였으나 지난해 50.7%로 집계됐다. 주주제안은 일반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올릴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상의는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2000년대 초 해외 사모펀드에서 시작된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최근 온라인 플랫폼 발달 및 밸류업 정책과 맞물리며 소액주주로 주도권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은 주로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단기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투자 및 R&D 차질 우려 등 기업들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그러면서 “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설문에 응답한 300개 상장사의 83%가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관여 활동이 증가할 것”이란 답을 내놨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들이 충실의무 규정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근거로 인식해 과도한 주주활동이 전개될까 다수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행 상법체계 내에서도 주주제안 및 대표소송을 통해 충분히 주주의 권익이 보장되는 만큼 이사의 책임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의 주주관여 빈도 증가를 이유로 ‘상법 개정 신중론’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대한상의를 이같은 주장은 한국 기업들의 후진적 경영행태를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기업들이 막대한 사내유보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서 총수일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주관여를 통해 제동을 걸지 않는다. 그렇기에 소액주주들의 주주관여가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이사에게 주주의 비례적 이익(지분율에 따른 이익)을 고려케하자는 것인데 마치 일부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라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 확대는 주가에 반영되는데 왜 일반 주주들이 반대하겠는가. 주주자본주의와 주식회사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없는 주장”이라고 대한상의를 비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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