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포기한 ‘즉시항고’를 10년 전 김주현 현 민정수석이 지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자 검찰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했다”며 즉시항고를 포기해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5년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 규정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2012년 헌재는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권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은 구속집행정지는 물론 구속취소까지 즉시항고권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 수석은 검찰 측을 대변해 “헌재의 (위헌) 결정이 구속취소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김 수석은 “구속집행정지 사유는 부모의 장례 참석이라거나 그런 한시적인 것들이라서 시기를 놓치면 집행정지 의미가 없어지는 사유가 대부분”이라며 “구속취소는 그 자체가 종국적인 신병의 결정이기 때문에 검사의 즉시항고를 통해 다시 한 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그대로 남아 헌재 결정이 여기(구속취소)에도 그냥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김도읍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만약 그때(구속취소됐을 때)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거나 아니면 보복범죄의 우려가 있거나 이럴 때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이런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수석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여야의 입장도 현재와는 정반대였다. 검찰의 구속취소 즉시항고권에 대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영장주의 위반은 같다”며 삭제를, 새누리당은 “사유가 다르다”며 유지를 주장했다. 결국 법무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구속취소 즉시항고권 삭제는 무산됐다.
전해철 당시 새정치연합 의원은 “법무부 의견에 저는 찬성을 하지 않는다”며 “헌재에서 말했던 것은 영장주의 원칙이 관철 안 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인데 그런 전제로 본다면 (구속) 정지와 취소를 구별할 이유를 못 찾겠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김진태 강원지사는 “무슨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정지나 취소가 영장주의에서 비슷한 것 아니냐 하는데”라며 “지금 헌재 결정문이 나와 있는데 그렇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법안심사1소위에선 김도읍 의원이 “구속집행정지는 구속취소하고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유지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원이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형사소송법상 명백히 규정돼 있는 즉시항고를 아직도 만지작거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즉시항고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은 사실상 위헌”이라며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