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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
1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5위 기록
근·현대사 남로당 사건 조명하며
"北 공산 세력으로부터 국가 수호"
12·3 불법계엄 선포 정당성 두둔
지난 2일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지난달 2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의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애국심이 폭발해서 이 영화를 보러 왔네요. 스크린에서 대통령님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손수건도 준비했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만난 최모(70)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씨가 보려는 영화는 지난달 27일 개봉한 '힘내라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최씨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박모(70)씨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있을 때마다 가고 있는데, 현장에서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다"면서 "내용이 감동적이라는 후기가 많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개봉한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이 윤 대통령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흥행몰이 중이다.
개봉 1주일을 맞은 이날 누적 관객 수 4만여 명을 기록하며(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4위였다. 관객 평점도 10점 만점에 9.83점으로 호평 일색이다.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의 포스터. 킨스튜디오 제공


금기백, 애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주제는 선명하다. '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선포!'라는 포스터 문구대로, 12·3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작품은 크랭크인 직후부터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
계몽 영화
'로 불리며 관심받았다. 온라인 보수 커뮤니티에선 일찍부터 "영화가 언제 개봉하느냐"는 문의 글이 빗발쳤다.

이날 기자가 찾은 '힘내라 대한민국' 상영관은 평일 오후였음에도 130석 규모의 객석이 빈자리 없이 빼곡했다.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관객 대부분은 60·70세대였지만 드문드문 20·30세대도 보였다. 성비도 남녀 절반씩으로 비슷했다.

영화 내용 4분의 3이 반공 정서 자극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을 다룬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의 한 장면. 예고편 화면 캡처


영화는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해 '여소야대' 국회가 형성된 지난 22대 총선 결과를 브리핑하는 뉴스로 시작했다. 곧이어 "(야당에 의해) 국정 예산이 4조 원 넘게 삭감됐다" "주요 인사들이 탄핵당하고 있다" 등 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지난해 12월 3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로 시작하는 비상계엄문을 읽는 윤 대통령 모습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숨죽인 채 스크린을 응시했다.

영화는 약 2시간의 상영시간 중 무려 4분의 3을 근·현대사 속 '공산 세력' 사건을 조명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1946년 남조선노동당을 조직한 박헌영이 남한의 공산화를 위해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대구 10월 사건' '제주 4·3 사건' '여순 10·19 사건'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어 6·25전쟁을 시작으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북한의 테러 및 무력 도발 사례가 줄줄이 나열됐다. 흡사 군 장병에게 실시하는 정훈교육을 연상시켰다. 반공 정서를 자극해 12·3 계엄을 두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집회 현장 방불케 한 객석 분위기

지난 2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이 '힘내라 대한민국'의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영화는 절정에 이르러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재연하며 불법계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무렵 상영관은 소규모 집회 현장으로 변했다. 화면 속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게 국헌 문란 행위 아닙니까"라고 반문하자,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 곧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화면에 등장하자 객석에서 "우" 하고 야유가 나왔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반감은 이 대표 이상이었다. 계엄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당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 및 출당 조치를 요구하는 장면이 나오자 "미친X" "X나 싫다" 등 욕설이 쏟아졌다. 반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나 유명 강사 전한길씨 등 극렬 우파 인사들이 화면에 보였을 땐 박수 갈채가 나왔다.

하이라이트는 결말이었다. 헌재에서 탄핵 소추안이 기각돼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국회 앞에서 열린 가상의 '대통령 복귀식'에서 윤 대통령은 3년 전 취임식 때처럼 대국민 선서를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전율을 느끼는 듯 보였다.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작곡한 노래 '나의 조국'이 흘러나오면서 끝났다. 보수 집회 현장에서 자주 재생되는 곡이다. 노래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던 관객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올 때까지 한참 동안 자리를 지켰다.

"다큐라도 제작자 의도 과도하면 선동"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 대통령 지지자에게 영화는 "감동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고 나온 황모(71)씨는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는 장면을 보니까 울컥했다"면서 "
곧 탄핵 심판 선고가 있을 텐데 영화처럼 되면 좋겠다
"고 말했다. 백모(71)씨도 "전쟁을 겪고도 이만큼 잘 사는 나라를 망가트린 민주당이 미워서 눈물이 났다"며 "지인들에게 영화를 강력히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도 지난 3일 영화 관람 후 채널A 인터뷰에서 "옥중에 계신 대통령이 생각나서 참 많이 울었다"면서 "영화 내용과 관람객 반응을 대통령께 말씀드릴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표방하지만,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결론 탓에 종전의 정치 다큐멘터리물과는 구분된다. 더구나 작품이 재조명한 12·3 계엄의 명분 상당수는 현재까지 사실무근이거나,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이나 '반(反)국가세력에 의한 국가 전복설' 등이 대표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많은 사람이 다큐멘터리는 팩트(사실)만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스토리텔링을 통해 제작자의 의도와 메시지가 들어가는 장르"
라며
"작품 의도가 과도하게 드러날 경우 선동이 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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