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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더본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봄이 오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빽햄 가격 논란’ ‘브라질산 닭고기 밀키트 논란’ ‘제주감귤 함량 논란’ ‘불법 농지 사용 논란’ ‘LPG 가스통 안전 논란’ 등으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지만, 백 대표는 유일한 소통 창구이던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4~5월쯤에는 백 대표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남극의 셰프>와 <장사천재 백사장3> 등 이미 촬영을 끝낸 TV 프로그램에 백 대표가 출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때쯤이면 백 대표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사라질까요. 여전히 “‘내로남불’ 백종원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방송에 그만 나오라”는 등 국내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은 물론 백 대표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이 심상치 않습니다. 서민의 곁에서, 서민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줄 알았던 백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에 그가 출연하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백종원에 비난의 화살 쏟아지는 이유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던 백 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빽햄’ 가격 논란에서 비롯됐습니다. 백 대표는 지난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자사의 통조림햄 ‘빽햄’ 9개 세트를 정가 대비 45% 할인된 2만8500원에 판다고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용량의 ‘스팸’(CJ제일제당)보다 가격이 비쌌고 “정가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한 후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한 상술을 쓴 것 아니냐”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백 대표는 지난 1월26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시장 후발주자로서 소량 생산했다”며 “사실상 마진이 제로”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더 싸늘해졌습니다. 결국 빽햄의 자사몰 판매는 중단됐습니다.

빽햄 가격 논란이 ‘빽쿡’ 치킨 원산지 논란으로 번지면서 백 대표를 향한 비난 강도는 더 거세졌습니다. 백 대표가 ‘빽쿡’ 출시 당시 자신의 유튜브에서 “국내 농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밀키트를 생산한다고 강조했지만, 국내산 닭고기가 아닌 브라질산 ‘염지닭정육 97.81%’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논란은 맥주로 옮겨갔습니다. 프랜차이즈 연돈불카츠의 맥주 ‘감귤오름’을 출시할 당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차별화 제품이라고 소개했지만 감귤오름 한 캔(500㎖)에는 감귤 착즙액 0.032%, 약 0.16㎖만 함유돼 있었습니다. 직경 67~70㎜(주스용) 감귤이 개당 120~135ml의 착즙액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감귤 1개로 감귤오름 750캔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단순 계산하면 매월 10만캔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감귤은 15㎏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더본코리아와 충남 예산군이 지난해 함께 개최한 ‘예산 맥주 페스티벌’에서도 감귤오름 맥주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맥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더본코리아


■안전 불감증에 불법 농지 사용 논란도

백 대표는 법 위반의 중심에도 섰습니다. 더본코리아의 예산 백석공장이 농지 전용 허가 없이 창고를 불법으로 사용했고, 백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이 운영하는 예산고등학교 급식소가 임야로 등록된 상태에서 불법 운영됐다며 농지법·산지관리법·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안전 불감증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백 대표가 실내에서 액화석유가스(LPG) 통을 옆에 두고 닭을 튀기는 장면이 유튜브 영상에 올라왔는데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충남 ‘예산시장’ 성공에 이어 지역 축제를 도맡아 하던 백 대표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졌습니다. 최근 갖가지 논란과 행정처분 등 예산군 홍보대사로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만큼 해촉해 달라는 민원과, 다음달 열리는 남원 춘향제 출연을 재고해달라는 민원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상황입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 석 자는 10년 전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유명해졌습니다. 값싼 재료로 뚝딱 음식을 만들어내는, 설탕을 쏟아붓는 모습까지 지지를 받으며 ‘슈가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지요. 백 대표는 이후 <한식대첩> <집밥 백선생> <골목식당>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백패커> <흑백요리사> <레미제라블> 등 숱한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솔루션을 알려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모습에 백종원 브랜드는 승승장구했습니다. 그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25개로 늘어났고 국내 가맹점 수가 2917개에 달하며, 지난해 말에는 주식 상장에도 성공했습니다. 현재 백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671만명이 넘습니다.

■한 달 넘어서야 해명 나선 더본코리아

백 대표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모두 국민신문고 또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보가 올라오면서 시작됐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다가 국민 ‘밉상’으로 전락하기까지 백 대표는 지난 1월 ‘빽햄 가격’ 논란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논란이 시작된 지 한 달이 한참 넘은 지난 5일 더본코리아가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지금까지 불거진 5가지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약해볼까요.

우선 ‘빽햄’ 가격 논란에 대해서는 “한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햄을 생산했지만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산 닭고기 밀키트’는 “지역 농가를 살리기 위해 태안 바지락, 통영 바다장어, 진도 전복 편 등도 영상을 만들었는데 ‘편집상의 흐름’에서 오해가 발생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닭고기를 쓴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제주감귤 함량 논란’을 두고선 “일반인들에게 ‘제주 감귤’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리며 수치로는 전부 환산할 수 없는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였다”라고 합니다. 제주 농가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함량만 갖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비닐하우스를 창고로 사용했다는 ‘불법 농지 사용’ 등 논란에 대해선 “백석공장 가설 건축물은 예산군의 명령에 따라 원상복구 조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급식소의 경우 “일부 부분이 임야를 침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며 “현실적으로 침범한 부분만을 철거하는 것이 불가능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LPG 안전 논란’에 대해선 “(촬영 당시) 배기시설을 가동해 환기를 충분히 확보했다. K급 소화기를 비치하고, 가스 안전 관리사 2명이 동행해 점검한 후 진행했다. 촬영 후 관련 장비는 모두 철거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개인 유튜브 채널 캡처


■국민 외면에 곤두박질치는 주가

그럼에도 백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6일 상장 첫날 장중 6만4500원을 찍었던 주가는 현재 2만9650원(3월7일 종가 기준)으로 54% 폭락했습니다.

혹시 주가 하락 원인이 실적 악화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13%, 41% 늘어난 4643억원과 3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 하락은 더본코리아를 이끄는 백 대표의 이미지 실추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시총이 4300억원에 달하는 회사의 주가가 오너의 이미지로 좌지우지된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한 일이 아닐까요.

전국을 강타하던 ‘백종원 신드롬’이 주춤하는 것일까요. 가격, 원산지, 원재료 등을 놓고 자영업자를 호통하던 ‘백종원’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까요. 백종원 1인 사업가로 성공 스토리를 써왔던 더본코리아의 미래는 괜찮을까요. 국민들의 질문에 백 대표가 직접 답하게 될 날은 언제일까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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