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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14차 범시민대행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8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14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깃발을 든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 중이다. 이지혜 기자

“석방이 웬 말이냐!”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항고 포기로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한남동 관저로 귀가한 8일, 서울 광화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예기치 못했던 석방 소식에 탄식과 비명을 내질렀다. 다만 이윽고 “구속 취소로 윤석열의 죄가 없어지진 않는다”며 “윤석열 파면” 구호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날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14차 범시민대행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5시20분께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이 전해졌다. 비상행동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긴급소식이다. 검찰이 석방을 지휘해서 윤석열을 귀가시킨다고 한다”고 전하자, 시민들은 하나같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좌절 섞인 비명과 고성이 터지기도 했다.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이번 구속취소 결정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기존과 달리 구속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했고 원래는 뺏던 체포 적부심 시간을 포함해 구속 기간이 만료됐다고 했다”면서도 “분명한 건 구속 취소가 되었다고 윤석열의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구속취소와 탄핵심판은 어떠한 상관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일은 이번 구속취소 결정에 동요할 것이 아니라 혼란에 빠지고 있는 이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 체포·구속의 험난했던 과정을 떠올리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힘을 내려 애썼다. 비상행동 상황실에서 일하는 활동가 밍갱은 무대에 올라 “우리가 어떻게 잡아넣은 윤석열이냐. 언 손에 불어가며 응원봉을 쥐고 근육통에 시달리며 깃발을 흔들고 치열하게 싸워 만든 결과 아니냐”며 “내란범 석방이라니 말도 안 된다. 감히 부탁드린다. 조금 더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투쟁!”이라고 힘찬 구호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 석방 소식 탓인지 이날 집회 현장은 광화문 동십자각 앞부터 경복궁역까지 평소보다 많은 시민으로 가득 찼다. 전날 뉴스를 보고 힘을 보태고자 오랜만에 남편과 집회에 나왔다는 김아무개(47)씨는 “판사가 이 나라의 혼란과 국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고려해서 판단을 내린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이런 결정은 극우 세력 준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 밖에 안된다”며 “어제 뉴스를 보고 비상계엄 때 느낌 공포를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은 ‘검찰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에서 동문들과 함께 집회를 찾은 직장인 오경록(62)씨도 “애초에 구속취소 자체가 검찰의 책임이다. 기소 직전에 대검에서 검사장 회의를 하면서 시간을 일부러 끌어서 이런 사태를 만든 게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치장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보라색 스카프, 머리띠, 모자, 가방 등을 두른 여성 시민들은 노회찬 재단에서 나눠준 장미꽃을 들고 광장을 누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단체로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보라색 머리띠를 맞춰 두르고 집회에 참석했다. 보라색 한복을 입고 집회에 참여한 평택 시민 심유진(37)씨는 “여성의날을 맞아서 드레스코드를 보라색으로 맞춰 나왔다”며 “어제 윤석열 구속 취소 뉴스를 보고 몹시 화가 났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를 당당히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노로 가득했던 이 날 집회는 오후 6시30분께 노동가요 ‘불나비’를 다 함께 부르며 마무리했다. 마지막 구호는 “검찰총장 심우정은 사퇴하라! 윤석열의 하수인 검찰을 규탄한다!”였다. 집회 뒤 시민들은 광화문에서부터 종로를 거쳐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했다.

비상행동은 이날부터 철야 단식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비상행동은 긴급입장을 내어 “노동자·시민들의 구금은 묵인하면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이례적인 특혜를 주는 검찰 권력을 좌시할 수 없다”며 “행진을 마친 직후부터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경복궁역 앞 서십자각에서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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