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9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주일 예배 참석자들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틀째인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관저 인근에선 지지자들이 한껏 고무된 모습으로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 한남초등학교 인근부터 북한남삼거리까지 경찰 비공식 추산 총 1만2000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개최한 ‘120만 대통령 관저 앞 주일 예배’에 참석해 ‘탄핵 반대’를 연호했다.

관저 앞 6개 차로 중 4개를 채운 지지자들은 연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들은 사랑제일교회 측이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윤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오자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김영진(33)씨는 “대통령이 감옥에 간 그 날부터 구치소, 광화문, 헌재 앞 집회를 다녔었다”며 “애국시민이 다 같은 마음으로 고생한 끝에 대통령이 풀려나다니 마음이 뭉클하다”고 글썽였다. 휠체어에 탄 80세 노모와 함께 거리에 나왔다는 이모(53)씨는 “석방이 너무 늦게 됐다”며 “탄핵 기각에 힘을 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연합 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목사는 이날 무대에서 헌법재판소를 위협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나왔으니 헌재는 재판하나 마나 끝난 것”이라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하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서 한 칼에 날려버리겠다”고 주장했다. 관저 앞 인도 벽면에는 문형배·이미선 등 헌법재판관들의 얼굴에 빨간색 ‘X’표가 그어진 사진이 붙어 있었다.

9일 오전 11시 '비상행동'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전율 기자

반면 서울 광화문 인근에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퇴진 총력전’을 예고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대행진을 열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신고한 이날 집회 신고 인원은 10만명이다.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에 온 박성수(67)씨는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제2의 계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 측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 8일부터 철야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전국 법원 및 검찰청, 정부청사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 및 시국선언 발표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심 총장은 수사팀의 반발에도 결국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한) 항고를 포기했다”며 “윤 대통령에게만 인권친화적 검찰인 양 특혜를 준 심 총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9일 광화문 앞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시민. 전율 기자

윤 대통령 석방을 기점으로 과열되는 탄핵 찬성·반대 양측 집회에 일대 상인들과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선고 당일 휴업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한남동 소재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시위로 인해 매출이 평소보다 3분의 1로 줄었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손님이 더 올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관저 인근 주택가에 사는 A씨는 “온종일 집 안에 집회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잠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대통령 관저 인근 학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저 인근 한남초뿐만 아니라 헌재에도 인근에 교동초, 재동초, 덕성여중·여고 등 6개 학교가 있다. 이에 교육 당국 및 학교 측은 탄핵 심판 선고 당일 휴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헌재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70대 B씨는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시위대의 욕설을 듣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며 “학부모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596 '스타링크 차단설' 논쟁…美국무, 폴란드에 "고마운 줄 알라"(종합) 랭크뉴스 2025.03.10
46595 캐나다 차기 총리에 ‘경제통’ 마크 카니…트럼프 관세 대응 주목 랭크뉴스 2025.03.10
46594 수만 채 쏟아진 지식산업센터…피해 투자자, 자금 압박에 극단적 선택까지[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①] 랭크뉴스 2025.03.10
46593 오피스텔 가면 쓴 기숙사, 왜 ‘우후죽순’ 늘었나[지식산업센터의 눈물②] 랭크뉴스 2025.03.10
46592 "기름 넣고 깜빡"‥주유건 꽂은 채 도로 주행 [와글와글] 랭크뉴스 2025.03.10
46591 구속취소 윤 대통령 앞 세 갈림길 [장세정의 시시각각] 랭크뉴스 2025.03.10
46590 국힘 42.7%·민주 41.0%…정권교체 50.4%·정권 연장 44.0% [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3.10
46589 국민의힘 42.7%·민주 41.0%…정권 교체 50.4%·정권 연장 44.0%[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3.10
46588 캐나다 새 총리에 '경제통' 마크 카니…10년 만에 물러나는 트뤼도 랭크뉴스 2025.03.10
46587 경산 아파트 5층에서 불나 22명 구조·38명 자력 대피 랭크뉴스 2025.03.10
46586 김경수, 단식 농성 돌입‥"탄핵 위해 무엇이든 해야" 랭크뉴스 2025.03.10
46585 “양승태 대법원장 생각났다”…尹, 지지층 결집 속 관저 정치 시동? 랭크뉴스 2025.03.10
46584 뜨거운 상속세 개편 논의‥어떻게 달라지나? [뉴스 속 경제] 랭크뉴스 2025.03.10
46583 관저 앞에 모인 윤 지지자들 “계엄을 계몽으로…전쟁해야” 랭크뉴스 2025.03.10
46582 이번 주 선고 유력‥인근 주유소 폐쇄 검토 랭크뉴스 2025.03.10
46581 [단독] 미, ‘핵무장론’ 한국 ‘민감국가’ 분류…AI 등 협력 제한하나 랭크뉴스 2025.03.10
46580 일본 최대 유통회사는 자회사 스스로 상장폐지했다…밸류업 위해 랭크뉴스 2025.03.10
46579 尹탄핵심판 학계 전망은…"헌정질서 훼손"vs"국헌문란 아냐" 랭크뉴스 2025.03.10
46578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차세대 D램 양산 수싸움… “EUV 노하우가 승패 가른다” 랭크뉴스 2025.03.10
46577 트럼프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재확인…“시간 지나면 오를 수도” 랭크뉴스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