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여성 BJ(인터넷 방송인)들이 선정적 의상을 입고 후원금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엑셀방송’ 운영자들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6일 밝혔다. 엑셀방송은 실시간 후원 금액에 따라 여성 BJ들의 순위를 매겨 엑셀 문서 형태로 정리해 보여주는 방송이다. 일부 엑셀방송 운영자들은 후원 경쟁을 통해 연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다만 국세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증한 정치 유튜버들의 개인 후원금 모금 행위에 대해선 본격적인 세무조사 등의 조치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향후 정치 유튜버들의 세금 신고 내용 등을 검증해 탈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은 엑셀방송 운영 BJ(9건) 및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5건), 사이버 레커 유튜브 채널(3건) 등 총 17건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인기 엑셀방송 운영자 A씨는 자신의 방송에 출연한 여성 BJ에게 출연료 명목으로 거액을 주고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유명인 이미지를 도용한 딥페이크로 청소년까지 사이버 도박에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등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도박 자금을 합법적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입·출금 전용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해 세금을 탈루했다.

사이버 레커 유튜버 B씨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극적 발언으로 고수익을 올렸다. 구글·페이스북에서 외화로 받은 광고 수익을 축소 신고하고 이를 대형 아파트 구입 자금 등으로 유용했다. 유명 명품과 고급가구, 피부과 비용 등을 사업용 신용카드로 결제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의 수익 구조와 자금 흐름을 파악해 철저히 과세하고, 조세 범칙 행위가 적발될 경우 검찰에 통보해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국회에서 제기된 정치 유튜버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방송을 한 유튜버의 수익 신고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세청은 국회 기재위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해당 유튜버의 후원금 모금 행위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였지만, 구체적인 혐의 사항을 확정 짓지 못해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거나 근거없는 음모론 등을 퍼뜨려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가 크게 늘었다는 보고가 잇따르지만 이들의 후원금 모금 행위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정치 유튜버들의 탈루 혐의가 포착될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 등에서 정치 유튜버가 올린 수입은 모두 오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라며 “유튜버들의 슈퍼챗 및 개인 계좌 후원금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국민일보

세종=양민철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