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수처, 애초 무리하게 이첩 요구” 지적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8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불복하지 않고 석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공수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체포와 구속을 담당했던 수사기관으로서 구속기간 산정 문제 등과 관련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해 위법하다며 구속 취소 결정했다.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과 관련해서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하지 않고 이날 윤 대통령을 석방 조치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던 공수처가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위법하다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 주장에 대해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은 ‘관련범죄’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지 절차 및 직접 관련성, 구속기간의 배분 등에 관한 세부적 사항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법령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 등이 있기 전까지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윤 대통령 석방 결정과 관련해 1차적으로는 부실하게 설계된 공수처법이 초래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피의자를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며칠 동안 구속할 수 있는지,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받은 사건을 보완수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조항이 없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결국 검찰은 구속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을 빠듯하게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공수처법 등에 검찰 보완수사 권한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었다면 구속기한 만료일이 문제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이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사건을 무리하게 이첩 요구하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시도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수사기관 간에 수사권을 놓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윤 대통령 수사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과도하게 경쟁적으로 수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탄핵심판 결정이 나온 후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았는데 결국 공수처의 체포로 얻은 것은 없게 된 상황”이라며 “오히려 보수층의 콘크리트 지지층 여론이 결집하는 빌미만 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결정은 공수처가 무리하게 권한을 행사했고, 절차적 잘못을 범했다는 것을 법원이 사실상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