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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날릴 위기의 청년들 눈물겨운 사정
2억 원 위태로운 예비부부 "매일 눈물만"
사회 초년생·제조공장 근로자 등 일상 무너져
지난달 21가구 중 20가구가 강제경매에 넘어간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이 주택의 전세 세입자 19명은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며 집주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종구 기자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휘몰아친 경기 수원시에서 또다시 한 다세대주택이 통째로 강제경매에 넘어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예비부부, 사회 초년생 등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던 우리 주변의 평범한 청년들이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떼이게 됐다며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21가구) 전체 소유자 A씨를 경찰에 고소한 19명 중 18명은 청년이다. 이들의 피 같은 전세보증금은 총 22억 원이 넘는다.

내년 10월 백년가약을 앞둔 정민채(30)씨는 예비 아내와 함께 사는 집에 대한 강제경매 절차가 지난달 개시되자 결혼식까지 포기했다. 지난해 5월 보증금 2억5,000만 원을 내고 집주인 A씨와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A씨 채무로 인해 전세금 반환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그는 "결혼식 비용과 신혼집을 얻으려 10년간 차곡차곡 모아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아내 될 사람은 매일 눈물을 쏟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세 세입자 중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1,400만 원에 대출금을 더해 지난해 5월 전세보증금 8,000만 원을 내고 입주한 조이재(24)씨는 경매 개시 통보서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조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 온전히 내 힘으로 전세를 얻었는데, 강제경매 소식을 듣고 막막했다"며 "다시 마이너스 인생으로 내몰리는 게 너무 두렵다"고 속상해했다.

또 다른 세입자 A(29)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현장실습생으로 시작해 8년간 제조업체에서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모은 전 재산(전세보증금 1억5,000만 원)을 날릴 상황이다. 그는 "대학 나오지 않아도 잘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친구들도 안 만나고 가족 모임에도 덜 가면서 악착같이 모아 전세보증금에 다 넣었다"며 "이 돈을 잃게 되면 내 20대 청년 시절도 사라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허위 정보로 임차인들을 속이는 것은 전세사기가 아니라 전세살인"이라고 울부짖었다.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 내 상담부스에서 피해자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음. GH 경기주택도시공사 제공


두 번째 전세사기 피해자로 내몰리게 된 30대 B씨도 가슴을 치고 있다. 그는 "한 번 사기를 당해 이번 계약 때는 더 꼼꼼히 확인했지만 허위 정보에 또 속았다"며 "전세사기가 터진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개선된 게 없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이들은 허위 정보에 속아 거액의 보증금을 건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씨와 공인중개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인 임대보증금을 책임지는 임대보증에 가입돼 있다거나, 가입을 약속했다고 했다. 또 다세대주택 전체 전세보증금이 8억~10억 원이라고 했지만 이런 정보는 사실이 아니었고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집주인의 안일한 태도에도 세입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강제경매 절차가 시작된 뒤 A씨가 다니는 교회를 찾아간 이들은 고급차를 타고 교회에 와서 십일조 헌금을 내는 등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세입자들은 "돈이 없어 임대보증금을 되돌려 주기 어렵다며 세입자를 벼랑 끝으로 몰며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탄했다. 한국일보는 A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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