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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 공동 관리·탄두 공동 개발…美협력 중단 시 억지력 저하

핵탄두 미·러 각 5천여개, 영·프 합쳐 500여개


영국 뱅가드급 잠수함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이 미국과 협력이 끊기더라도 핵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영국의 핵 억지력과 긴밀한 미국과 관계가 끊기면 수백억 파운드(수십조원)가 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영국 핵잠수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 2 시험 발사 실패 이후 미국과 영국이 의견 충돌을 빚었던 사례를 들어 미국과 얽힌 영국의 핵 억지력을 짚었다.

지난해 1월 미국 플로리다주 해상에서 영국 뱅가드급 핵잠수함이 발사한 미사일이 수천㎞ 이상을 날아 대서양에 도달해야 했으나 발사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졌다.

이후 미·영 당국자들은 발사 실패 정보를 얼마나 공개할지를 두고 격렬하게 논쟁했다. 영국 측은 연간 30억 파운드(5조6천억원) 운영 비용이 드는 핵 억지력에 관해 가능한 한 투명한 태도로 국민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뜻이 관철돼 '이상 현상 발생' 정도로만 발표됐다. 실제 문제는 미사일에 장착된 시험 장비의 결함 문제였다.

한 영국 국방 소식통은 "완전한 설명을 막은 미국 측 탓에 깊은 좌절감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뱅가드급 1척은 최대 16기의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실을 수 있고, 미사일 1기에는 각각 탄두 8개가 장착될 수 있다. 영국은 뱅가드급 잠수함 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전 통제권을 전적으로 가진다.

그러나 미국 록히드 마틴이 설계한 이 미사일은 미·영이 공동 관리한다. 영국 해군이 독자로 맡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어서다.

영국이 구매한 트라이던트 미사일 비축 분은 미국 조지아주 킹스베이에 있다. 배치됐던 미사일도 정기 유지관리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영국은 또 노후 뱅가드급 잠수함을 대체하려고 건조 중인 드레드노트급 잠수함에 대해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 격실을 설계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새로운 핵탄두 W93도 공동 작업하고 있다.

영국이 보유한 핵탄두 자체도 미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데, 그나마 보유한 탄두의 실전 배치도 미국의 협력 없이는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올해 1월 기준 핵탄두는 미국이 5천44개(배치 1천770개, 비축 1천938개, 퇴역 1천336개), 러시아는 5천580개(배치 1천710개, 비축 2천670개, 퇴역 1천200개), 프랑스는 290개(배치 280개, 비축 10개), 영국은 225개(배치 120개, 비축 105개)다.

국방 전문가 니컬러스 드러먼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트라이던트 미사일의 영국 사용을 막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도 "부품과 기술 지원을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라지면 핵 억지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영 관계가 갈라져 그들이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주지 않는다면 드레드노트급에 수십억 파운드를 쏟아붓는 게 소용없어질 것"이라며 "1년 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 당했겠지만 이제는 대비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데이비드 매닝 전 주미 영국 대사도 전날 상원 국제관계특별위원회에서 "가정하는 말이지만,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핵 협력을 종료하기로 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한다면 우리가 자력 방위를 어떻게 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면서 "그럴 일이 정말 일어날 거라는 뜻은 아니지만, 테이블 위에 있는 문제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슈 사빌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군사과학국장은 "미국이 지원을 중단해도 비축된 트라이던트를 탑재할 수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는 우리만의 미사일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대체는 가능하겠지만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빌 국장은 영국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모스크바와 다른 옛 소련 도시 다수에 충분한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협 능력이라는 '모스크바 기준' 핵 억지력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수천개를 보유하고 우리와 프랑스는 수백개가 있는데 억지에 충분할까?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영국의 핵 억지력은 완전히 작전적으로 독립돼 있다"며 "오직 총리만 우리 핵 무기의 발사를 승인할 수 있다"고 독자적인 핵 억지력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방위 핵 문제에 대해 영국은 미국과 오래된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현존하는 양국 합의는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제공한다"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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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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