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효율화 차원 점포 매각
4조원가량 부채 갚아
마트 부지에 주상복합 등 개발
PF 위기에 일부 사업은 무산
회생 개시로 추가 점포 매각 어려울 듯
건설업계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부지에 다수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알짜 점포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부동산 시행사들이 마트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사업은 대부분 주상복합 등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해당 개발 사업들 중 일부는 무산되거나 분양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등 진행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안산점, 대전 탄방·둔산점, 대구점, 부산 해운대점·연산점, 부천 상동·소사점 등 20여곳의 점포를 매각해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대(S&LB) 방식으로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 리츠 등을 만든 것도 자산 유동화 측면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마련된 4조원가량의 현금은 차입매수(LBO) 방식의 인수금융을 갚는 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점포가 있는 토지·건물 등 부동산을 팔아서 (대주주가) 인수할 때 일으켰던 대출을 갚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점포 매각이 대주주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가 내다판 점포는 대부분 주상복합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국 매출 상위 5위 안에 드는 매장인 부천 홈플러스 상동점도 주상복합으로 변신한다. 롯데건설은 이곳에 지하 7층, 지상 47층 규모인 1853가구의 주상복합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은 2029년 예정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폐점 처리가 진행 중으로 하반기 폐점이 완료되면 분양 시점을 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의 경우도 지하 8층~지상 54층 규모 1개 동, 지하 8층 지상 50층 규모 1개 동 등 총 2개 동으로 개발된다. 홈플러스 해운대점은 지난 2022년 6월 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이 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5~6월에 본공사에 착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매각한 일부 부지는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고조되면서 개발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홈플러스 연산점은 태영건설의 ‘연산 더 클래스 데시앙’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하 3층~지상 39층의 5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이 다 지어지면 홈플러스는 다시 이곳에 입점하는 형태로 부지를 매각했다. 그러나 현재 태영건설의 사업은 무산된 상황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시행사로부터 제안이 와서 검토는 했지만 실제 진행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중계점 역시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당초 이 사업부지에는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홈플러스는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지식산업센터를 개발하기로 하고 사업 약정서를 체결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현재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당시 약정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던 건이지만, 시공비 등이 올라가면서 현재 사업은 진행된 게 없는 상태”라고 했다.
개발업체들은 부동산 PF 위기뿐만 아니라 상업 편의시설이 사라지는 데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많다는 점도 일부 마트 부지 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로 꼽는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되거나, 사업성이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또 마트가 사라지는 데 대한 인근 주민들의 거부감이 커서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비슷한 이유로 홈플러스로부터 마트를 사들여 운용을 했던 신탁사 또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2022년부터 경기 안양시 ‘홈플러스 평촌점’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계속해 매수자를 찾지 못해 홈플러스 평촌점을 자산으로 담은 리츠의 운용 기간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는 점포 추가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IB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홈플러스 점포 매각이나 자산 유동화 시도가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점포 부지 개발 사업도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점포 매각 등 자산 효율화 계획은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정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채권단의 동의 없이 추가적인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가 어렵다.
홈플러스 채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권 관계자는 “회생법원에서 채권단 구성 통보가 온 뒤 협의회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협의회에서 추가 자산 매각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홈플러스의 경우 법원에서 회생 절차 개시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채무 이행에 속도를 조절해달라는 느낌이 강해서 자산 매각을 공격적으로 하는 대신 대출기간 연장 등의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4조원가량 부채 갚아
마트 부지에 주상복합 등 개발
PF 위기에 일부 사업은 무산
회생 개시로 추가 점포 매각 어려울 듯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뉴스1
건설업계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부지에 다수의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알짜 점포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부동산 시행사들이 마트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사업은 대부분 주상복합 등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해당 개발 사업들 중 일부는 무산되거나 분양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등 진행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안산점, 대전 탄방·둔산점, 대구점, 부산 해운대점·연산점, 부천 상동·소사점 등 20여곳의 점포를 매각해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대(S&LB) 방식으로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 리츠 등을 만든 것도 자산 유동화 측면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마련된 4조원가량의 현금은 차입매수(LBO) 방식의 인수금융을 갚는 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점포가 있는 토지·건물 등 부동산을 팔아서 (대주주가) 인수할 때 일으켰던 대출을 갚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점포 매각이 대주주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가 내다판 점포는 대부분 주상복합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국 매출 상위 5위 안에 드는 매장인 부천 홈플러스 상동점도 주상복합으로 변신한다. 롯데건설은 이곳에 지하 7층, 지상 47층 규모인 1853가구의 주상복합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은 2029년 예정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폐점 처리가 진행 중으로 하반기 폐점이 완료되면 분양 시점을 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의 경우도 지하 8층~지상 54층 규모 1개 동, 지하 8층 지상 50층 규모 1개 동 등 총 2개 동으로 개발된다. 홈플러스 해운대점은 지난 2022년 6월 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이 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5~6월에 본공사에 착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홈플러스가 매각한 일부 부지는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고조되면서 개발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홈플러스 연산점은 태영건설의 ‘연산 더 클래스 데시앙’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하 3층~지상 39층의 5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이 다 지어지면 홈플러스는 다시 이곳에 입점하는 형태로 부지를 매각했다. 그러나 현재 태영건설의 사업은 무산된 상황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시행사로부터 제안이 와서 검토는 했지만 실제 진행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중계점 역시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당초 이 사업부지에는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홈플러스는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지식산업센터를 개발하기로 하고 사업 약정서를 체결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현재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당시 약정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던 건이지만, 시공비 등이 올라가면서 현재 사업은 진행된 게 없는 상태”라고 했다.
개발업체들은 부동산 PF 위기뿐만 아니라 상업 편의시설이 사라지는 데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많다는 점도 일부 마트 부지 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로 꼽는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되거나, 사업성이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또 마트가 사라지는 데 대한 인근 주민들의 거부감이 커서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비슷한 이유로 홈플러스로부터 마트를 사들여 운용을 했던 신탁사 또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2022년부터 경기 안양시 ‘홈플러스 평촌점’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계속해 매수자를 찾지 못해 홈플러스 평촌점을 자산으로 담은 리츠의 운용 기간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는 점포 추가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IB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홈플러스 점포 매각이나 자산 유동화 시도가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점포 부지 개발 사업도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점포 매각 등 자산 효율화 계획은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정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채권단의 동의 없이 추가적인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가 어렵다.
홈플러스 채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권 관계자는 “회생법원에서 채권단 구성 통보가 온 뒤 협의회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협의회에서 추가 자산 매각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홈플러스의 경우 법원에서 회생 절차 개시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채무 이행에 속도를 조절해달라는 느낌이 강해서 자산 매각을 공격적으로 하는 대신 대출기간 연장 등의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