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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로막는 방만 재정]
<중> 공짜 SOC에 중독된 지자체
245곳 중 88곳 하루 100명도 안와
80% 노선 적자에 코레일 부채 22조
예타 낙제에도 '특별법'으로 무력화
경제성보다 정치 입김이 좌지우지
"철저한 수요기반 추진·외압 막아야"
지난달 26일 방문한 강릉역 전경. 사진=유현욱 기자


[서울경제]

지난해 충북 영동군 심천면의 경부선 각계역을 이용한 승객은 296명에 그쳤다. 일평균 이용객이 1명(0.8명)도 안 되는 셈이다. 각계역의 하루 이용객 수는 2007년 한 자릿수로 내려앉아 2016년부터는 근 10년간 1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침 일찍 대전역으로 물건을 팔러 나가는 주민을 제외하면 수요가 없다시피 해 하루에 열차가 딱 한 번 정차한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각계역처럼 하루 10명 미만이 이용하는 일반철도 역사는 총 26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철도역(245곳)의 10.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일 이용객 수별로 따져 보면 △10명 이상~100명 미만(62곳·25.3%) △100명 이상~500명 미만(54곳·22.1%) △500명 이상~1000명 미만(28곳·11.4%) △1000명 이상(75곳·30.6%) 등이다. 전국의 기차역 셋 중 하나는 하루에 100명도 찾지 않는 ‘유령 역사’라는 얘기다. 코레일은 상당수 역사의 이용률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화물 수송이 주목적이거나 이미 열차 운행이 중지된 곳들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사업용 철도 노선 및 철도거리표 변경 및 정정 고시’ 등을 통해 10여 곳을 폐지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노선들도 적자투성이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영업계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4개 노선 중 19개 노선이 영업적자를 내고 있었다. 영업계수가 100 미만이면 영업이익을, 100 이상이면 영업손실을 의미하는데 중부내륙선의 영업계수가 792.9로 가장 높았다. 이는 100원을 벌기 위해 792.9원을 썼다는 뜻이다. 이어 정선선(705.6), 충북선(572.0), 장항선(227.6), 중앙선(194.6) 순이었다. 번 돈이 쓴 돈보다 많아 영업흑자를 낸 곳은 경부선(88.3), 안산선(92.4), 서해선(93.6), 경북선(96.5), 강릉선(97.6) 등 5곳뿐이다.

손해를 내는 노선이 워낙 많다 보니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나 국토부조차도 새로운 철로를 까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장사가 잘되는 노선의 요금을 마구 올릴 수도 없어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올해 22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건설비를 분담하는 광역철도·도시철도와 달리 일반철도는 전액 국비로 지어져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조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업성이 없는 철도의 건설·운행이 강행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수행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72로 낙제점을 받았던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김천~거제 구간 172㎞의 남부내륙철도는 ‘김경수 KTX’로도 불렸다. 총사업비 4조 7000억 원의 예타 탈락 사업이 2019년 기사회생한 것은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국책 사업의 효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인 예타를 특별법으로 무력화하는 게 정치권의 트렌드가 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일사천리로 처리됐으며 22대 국회 들어서는 충남 서산과 경북 울진을 잇는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모두 예타 면제 조항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올해 국토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역별 물밑 작업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이 떨어져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지역구 민원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를 면제해달라는 독촉에는 여도, 야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SOC 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강화하고 ‘미싱 링크(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등 돈 되는 구간을 발굴하는 식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박정수 동양대 철도대학장은 “모든 철도 정책의 시작점은 수요이고, 수요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경제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적 논리에 따른 외압을 막아내기 위한 거버넌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한라대 교수는 “유력 정치인의 치적쌓기용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철도망을 조금씩 촘촘히 연결하는 식의 사업들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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