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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밖 폭발에도 가게 지붕 뚫려
“소리 너무 커서 비행기 추락한 줄 알았다”
“조카가 다쳐 병원…” 서둘러 현장 떠나기도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폭탄 오발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건물 유리창이 깨져 있다. 연합뉴스

“조금만 더 아래로 떨어졌으면 저희를 덮쳤을 거예요.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가겠어요.”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군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조성균(31)씨가 건네준 강철 파편은 서늘하고도 단단했다. 파편은 이날 오전 10시5분께 가게로부터 약 300m쯤 떨어진 곳에서 폭발과 함께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파편은 폴리염화비닐(PVC)로 된 지붕을 뚫고 가게 바닥에 떨어졌다. 조씨는 가게 지붕에 난 구멍을 가리켰다. “이 지붕도 단단한 소재인데 이 파편이 더 단단해서 뚫고 들어온 것 같다”며 “두렵다”고 했다.

가게에는 폭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성균씨의 아버지이자 이 가게 사장인 조정훈(64)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전쟁이 터진 줄 알았다”고 했다.

조씨는 “갑자기 ‘꽝’하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건물이 막 흔들리더니 ‘따다닥’ 소리가 났다. 시간이 10초 정도 흐른 뒤에 살짝 나가보니 연기가 올라오면서 화약 냄새가 났다. 연기가 나는 모습을 보면서 부대 안에서 뭔가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비행기에서 폭탄이 떨어졌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조씨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군인들이 탄 트럭도 피해를 본 것 같은데 크게 다친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폭탄 오발 사고 현장에 있는 조정훈씨의 군 관련 용품 가게에 날아든 파편의 모습. 이준희 기자

폭발을 일으킨 건 훈련 중 공군이 잘못 떨어뜨린 폭탄이었다. 공군은 사고 뒤 “6일 오전 10시4분께 공·육군 연합·합동 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 중이었던 공군 케이에프(KF)-16에서 엠케이(MK)-82 일반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되어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 됐다”고 했다. 이 폭탄이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낭유대교 인근 노상에 떨어지며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15명이 다쳤다. 민가 주택 5동, 창고 1동, 성당 1동, 비닐하우스 1동, 화물차량 1대 등도 피해를 보았다. 오폭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였다.

당시 폭발 현장을 본 주민들의 말 등을 들어보면, 폭탄이 떨어진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발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카센터에서 일하는 안경만(64)씨는 “폭발이 난 뒤에 가서 보니 연기가 자욱하게 껴있는데 그 사이로 보이는 성당은 문이 부서지는 등 망가져 있었고 민가 두 채는 아예 지붕이 날아가 끔찍했다”며 “군부대 철조망은 폭발 충격 때문인지 구멍이 뻥뻥 뚫려있었고 포터(트럭) 한 대가 완전히 땅에 쑤셔박혀 있었다”고 했다.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조씨 가게에 파편이 떨어진 것처럼 군과 경찰 등이 사태를 수습 중인 통제구역 바깥 주택이나 가게 등도 폭발로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실제 인근에 있는 세탁소 등 민가나 가게 곳곳에 창문이나 유리가 깨진 곳이 있었고, 일부 차량도 창문이 파손되는 등 폭발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폭발 사고 직후 조성균씨가 촬영한 사진. 폭발 현장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조성균씨 제공

군과 경찰 등이 투입돼 떨어진 폭탄을 회수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안경만씨는 “가게 앞에 차를 대놓고 있었는데 ‘쨍’하는 소리가 나고 ‘쾅쾅쾅’ 하더니 진동이 엄청나게 났다”며 “소리가 너무 커서 비행기가 추락한 줄 알았다”고 했다.

이 동네 토박이라는 그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다 보니 동네 전체가 난리가 났다”며 “근처에 있는 집 2층에서 세를 살고 있는데, 폭발 충격으로 집 구조 자체가 틀어졌는지 문이 열리지 않아서 밥도 먹지 못했고 이웃 주민들 집 유리창도 다 깨져있었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과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의 충격도 컸다.

이날 사고 현장 앞에서 만난 중년 여성 ㄱ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 곧장 달려왔는데 저쪽(통제구역) 집에 사는 조카가 다쳐서 병원에 갔다고 한다”며 “지금 인터뷰할 정신이 아니다. 빨리 조카 얼굴을 봐야겠다. 너무 걱정된다”며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폭탄이 떨어질 당시를 이야기하던 조정훈씨 휴대전화는 ‘혹시 다치진 않았느냐’며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한편, 군과 경찰 등 관계 당국은 오발 사고 현장을 통제하면서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이날 폭발 현장에는 군, 경찰, 소방당국 차량이 계속 오갔고 공군 폭발물 처리반, 경찰특공대 폭발물 처리반 차량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과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 등도 방문해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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