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화당 기립박수, "USA" 외치며 환호
민주당 침묵 항의… 야유하다 퇴장도
여성 의원 '성차별 반대' 분홍 옷차림
트럼프, 통합 메시지 없이 분열 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선언으로 시작해 “미국의 황금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The golden age of America has only just begun)”는 자찬으로 끝났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기 과시와 전임자 힐난, 주변국에 대한 위협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연설 시간은 무려 1시간 39분 31초. 공식 기록이 남아 있는 1964년 이래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가장 길었다. 종전 최장 시간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으로, 1시간 28분 49초였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7년 첫 의회 연설에선 1시간 10초로 끝냈다. 미국 CNN방송은 “1기 행정부 자신을 포함해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오랜 시간 연설했다”고 꼬집었다.

기나긴 연설은 대부분 ‘업적’ 자랑으로 채웠다. 트럼프는 취임 후 6주간 행정명령 100개·행정조치 400개에 서명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며 으스댔다.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저항하면 해고하겠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앨 그린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이 4일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큰 소리로 항의하고 있다. 그린 의원은 이후 퇴장당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의 장광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었다. 연설 시작 8분 즈음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처음 언급된 뒤 환경 보호, 인플레이션, 일자리, 반도체법, 발전소, 농업,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제를 막론하고 최소 12차례 거론됐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향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퍼부었고, 모든 문제를 바이든 책임으로 돌렸다. 심지어 달걀값 폭등마저 바이든을 탓했다. 미국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 책임이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트럼프로 인해 미국 의회는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연설 내내 기립박수를 보내고 “USA”(미국)를 연호했다. 하지만 반대편 민주당 의원들은 무거운 침묵으로 항의했다. ‘거짓’ ‘저소득층 의료 지원’ ‘(일론) 머스크가 훔쳤다’ 등이 적힌 둥근 손팻말도 들어 올렸다. 트럼프에게 야유하고 큰 소리로 항의하던 앨 그린 하원의원은 결국 퇴장당했다.

4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 참석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트럼프의 성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분홍색 옷을 맞춰 입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성차별 정책에 저항하는 의미로 분홍색 옷을 맞춰 입었다. 질 토쿠다 하원의원은 옷에 미국 헌법 문구도 새겼다. 몇몇 남성 의원은 ‘여기에 왕은 없다’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왔다.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의미로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노란색과 파란색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하거나, 노란색 블라우스와 파란색 재킷을 입은 의원도 있었다.

트럼프도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넥타이 대신 언뜻 보라색으로 비치는 빨간색과 파란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선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빨간색·파란색의 조합은 양당제에 대한 존중을 담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통합 메시지는커녕 바이든과 민주당을 향해 “극단적 좌파 미치광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WP는 “트럼프의 연설은 그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체크무늬 넥타이가 단지 넥타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촌평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21 [단독]배달라이더 등 비임금 노동자 860만명 넘었다···50~60대에서 더 늘어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20 '힘'에 심취한 트럼프, 미국 80년간 만든 세계질서 버렸다 [outlook]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9 "화학업종에 모처럼 온기"…롯데케미칼 등 상승 이어갈까[마켓시그널]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8 美증시는 올랐지만…1기 트럼프맨들 ‘관세, 이런식은 안돼’[데일리국제금융시장]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7 미국, 멕시코·캐나다산 수입차 관세 한 달 면제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6 [단독] 방첩사 대령, 계엄 직후 검찰·국정원 간부와 수차례 통화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5 “아직 8개 사단이 남았소이다”… 죽길 작정한 워커의 ‘명량’은 낙동강이었다 [명장]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4 강남 아파트 가격 꿈틀대자… 박상우 국토부 장관 "시장 상황 예의주시"[집슐랭]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3 “오쏘공? 딴 나라 얘기…돈 없는데 누가 집을 사요”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2 “美 지원 없으면 4개월 안에 우크라 전선 붕괴…국가마다 핵 보유 논리 강화될 것”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1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개시 후폭풍…상업용 부동산 시장 격랑 휘말리나[집슐랭]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10 “캐나다·멕시코산 차에 관세 한 달 유예”…주가는 일단 강세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9 [단독]교육부-의대총장∙학장, 이르면 7일 '의대정원 동결' 선언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8 [단독] 트럼프 대응 나선 민주…‘비트코인 외환보유고 편입’ 공론화 시작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7 프리마켓선 7% 급등했는데…대체거래소 단타주의보[이런국장 저런주식]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6 美백악관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자동차는 한달간 면제"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5 2006년생은 좋겠네…오늘부터 최대 15만원 문화비 꽂힌다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4 尹 선고 임박에 헌재 연구관들 연일 밤샘 근무... 보안 탓 극도로 예민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3 법정관리·위기설… 저물어 가는 대형마트 시대 new 랭크뉴스 2025.03.06
44802 [샷!] 탄핵선고 앞두고 헌재 '600살 백송'도 긴장 new 랭크뉴스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