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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개를 돌려 경제상황판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을 두고 당내 일부 의원들이 검찰과 “짜고한 짓”이었다는 추측을 내놨다. 이 대표는 일각에서 ‘비명횡사’ 평가를 받았던 지난 총선 당내 경선 결과는 “체포동의안 사태와 관련해 당원들이 책임을 물은 결과”라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5일 공개된 유튜브채널 <매불쇼> 영상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나는 표결했는데 가결 되겠다고 생각했다. 들은 얘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당시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과 당내에서 움직이며 나에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들을 다 맞춰보니 이거 다 (검찰이) 당내 일부와 짜고 한 짓이었다.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말했다. 영상은 지난 3일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해) 6월에 민주당에서 유력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분이 제게 ‘사법처리 될 거니 당대표를 그만두라’며 (사퇴) 시점도 정해줬다”라며 “나중에 보니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과도 거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023년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가결 정족수(148표)를 1표 넘겼는데, 기권표와 무효표를 합쳐 민주당 내 이탈표가 39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당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는 당시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한 배경을 두고 “내가 ‘부결해주세요’ 했는데 가결되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럼에도 ‘부결해달라’며 가결을 각오했는데 왜 그랬냐면 가결한 규모와 누가 (의도를 갖고) 가결했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발언에 따르면 그는 ‘가결파’의 규모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번복하고 부결을 호소한 셈이 된다.

이 대표는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당이 살려면 (필요한 일)”이라며 “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나. 그에 대해선 당원들과 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폭력적 집단은 검찰을, 검찰과 암거래한 집단은 자신의 체포에 동의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내가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그게 민주적 정당”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후 당원들이 현역의원 평가에서 가결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가려내 책임을 물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있던 시점에 당의 의원평가가 이뤄졌다”라며 “가결했던 것으로 의심받은 사람들이 당원과 지역구민, 의원들간 상호평가에서 엄청난 감점을 받았다. 시스템에 의해서 했는데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의원 평가에서 하위권에 든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비명횡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표는 “내가 총선 과정에서 배제한 사람은 7명밖에 없고 나머진 다 경선으로 했는데 당원들이 다 가려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가결을 행사한 이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라고 설득한 적이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나는 이 나라 사법제도를 완전히 믿는 사람”이라며 “법원에서 결판날 것이기에 크게 (설득)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나에 대한) 제거에 동의하는 것이기에 설명은 의미가 없다. 다 정치적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이 알려진 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의 검찰부역자들과 통합하자고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와 반성부터 하라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말하는 게 진정한 통합 행보 아닌가”라며 “이런 기본을 모르면 차라리 묵언수행하라”고 적었다.

비명계 인사들은 대응을 삼가며 이 대표 발언의 의도를 살펴보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광온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일곱번째나라LAB·사의재 공동 심포지엄이 끝난 뒤 기자들이 이 대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라며 답을 피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럴 리가 있을까”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과 그런 식으로 할 거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근 비명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통합 행보를 보인 것과는 결이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 지난 일”이라며 “입장이 다른 분들은 있겠지만 이 엄혹한 환경에서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 우리가 할 일을 함께 손잡고 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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