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적 지원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중과 해상에서 휴전하자고 제안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서 일할 것”이라 몸을 낮췄다.
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전쟁을 종식할 평화 계획을 제안했다. 그는 “첫 단계에는 포로 석방을 하고 동시에 공중에서와 해상에서 휴전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에너지와 민간 인프라 공격에 사용되는 미사일과 장거리 드론 (공격) 금지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그렇게 한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 방안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2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하늘, 바다,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한 달간 중지하자는 휴전안을 내놨다. 지상전은 전선이 너무 광범위해 확인 불가하다며 일단 초기 단계에선 하늘과 바다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영국도 이 안에 동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하루 전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 당시 합의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군사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지 몇시간 뒤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중 누구도 끝없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빠르게 일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평화가 지속되기 위해 나와 우리 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일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 원조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젤렌스키는 미국에 재차 감사를 표하며 관계 재건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 협정에 관해서는 언제든 편리한 형식으로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의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일을 바로잡아야 할 때이며 우리는 협력과 소통이 건설적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세에 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거듭 저자세를 취하는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국내에서는 미국의 원조 중단이 실제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엑스’(옛 트위터)에 “이미 마무리 단계인 군사 지원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실제 어떤 프로그램이 중단되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유럽 파트너들에 대체 무기를 구매하거나 제공받을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프로그램은 법적 절차를 거쳐 의회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만으로 중단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미 장기간 미군 원조 중단을 경험했으며 이런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의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