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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재단 이성민씨…北 출신만 아는 미묘한 뉘앙스 분석에 도움


쿠르스크 지역 전장의 파손된 러시아 탱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위해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탈북민 인권운동가의 큰 기여가 있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의 서울 주재 활동가인 이성민(37)씨는 지난해 말 재단 간부의 추천으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포함된 그룹채팅방에 합류했다가 뜻밖의 요청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인 활동가인 아메드 칸은 이씨에게 한글 서명이 담긴 2개의 러시아군 신분증 사진을 공유하며 한글 서명이 무엇인지 확인을 요청했고, 이씨는 해당 한글 서명이 신분증에 적힌 러시아 이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 군인에게 가짜 신분증을 주고 북한군 신분을 감추려 했던 초기 증거 중의 하나라고 WSJ은 소개했다.

한글 서명 감별을 요청했던 칸은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북한군의 문서를 확보하는 대로 이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영어에 능통한 이씨는 북한군 유품의 글을 번역해줬고, 이 과정에 러시아군과 북한군 간의 부실한 조율과 북한군의 전술 변화 등이 점차 드러났다.

북한군에게 항복을 권하는 전단 문구도 이 씨에게 조언을 구한 뒤 수정됐다고 한다.

초안 문구는 '헛되이 죽지 마십시오! 항복은 생존하는 방법이다'라고 돼 있었는데, 이씨는 '항복'이란 표현이 북한 군인에게 배반감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전단 문구를 '헛되이 죽지 말라! 항복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바꿨다.

이씨는 WSJ 인터뷰에서 "그들이 북한을 떠나는 게 반역이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것은 인권"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정부나 군과 공식적인 관계는 없는 자발적인 기여였지만 이씨의 역할은 전장에서 북한군에 대응해야 하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했다.

WSJ은 "북한의 전체주의를 직접 경험했고 남한의 번역가가 놓칠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었던 그의 능력은 매우 귀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사자가 소지한 개인적인 편지는 자신도 한때 북한 공군 조종사를 꿈꿨던 이씨를 괴롭게 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형제이며 친구라는 게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2010년 한국 땅을 밟은 이씨는 조지 W.부시 대통령센터의 장학금 지원을 받으며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안보정책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22년 휴먼라이츠재단의 서울 주재 한국 책임자로 합류해 탈북민들과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설립하고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펼쳐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약 1만1천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으며, 파병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일대에 배치돼 전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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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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