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투, 발란 전환사채 투자
사실상 최대주주 변경
“FI 찾을 수 없다” VC도 동의
이 기사는 2025년 3월 4일 16시 5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의 몸값이 급전직하했다. 한때 기업가치 3000억원을 찍기도 했지만, 최근 전환사채(CB) 발행 프리머니밸류(투자 전 기업가치)가 300억원 이하에 그쳤다. 다만 일각에선 “발란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최근 15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화장품 유통기업인 실리콘투가 발란이 발행하는 CB를 인수하는 구조로, 1·2차 두 차례에 걸쳐 75억원씩 총 1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환가액은 주당 6만1171원으로 책정됐다. 발란의 발행주식총수(47만7011주)를 고려한 프리머니밸류는 292억원으로 집계됐다. 150억원어치 CB의 전액 보통주 전환을 가정한 포스트머니밸류(투자 후 기업가치)는 이보다 조금 높은 441억원으로 추산된다.
발란은 명품 유통 플랫폼으로 2015년 설립됐다.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급성장하며 2022년 시리즈C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3000억원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경쟁 심화에 고금리·경기침체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발란의 이번 투자유치는 생존을 위한 선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완전히 메말랐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785억원으로,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가치 불확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유치에 다시 나섰지만, 실리콘투 이외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포이즌, 일본의 조조타운 등에서 발란의 몸값을 5000억원으로 책정,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사실무근이었다.
발란이 생존을 택하면서 투자구조는 실리콘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기업가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은 물론 총 150억원 투자 방침을 밝혔지만, 최초 75억원 투자 이후 추가 투자는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 기준을 넘어야 한다.
150억원 CB 투자 이후 보통주 전환 시 실리콘투는 발란 지분 33.9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도 올라서게 된다. 만기이자율은 4%다. 아울러 2027년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날부터 2028년 말까지 발란의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부여됐다.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0월 발란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투자자로 나선 신한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등만 해도 3000억원 기업가치에 총 25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 가치는 25억원이 됐다.
발란 주주사인 한 VC 관계자는 “이번 CB 발행은 자금 조달 과정에서의 투자자 대상 설명 없이 회사 주도로 진행, 결정 이후 통보됐다”면서 “시리즈A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500억~600억원이었는데, 투자자산 상각 처리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존을 위해선 자금을 받아야 했고, 실리콘투라는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한 것만으로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가장 상황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명품 플랫폼은 구주 거래마저 완전히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란은 이번 75억원 투자금을 활용,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K뷰티 선봉장이라 불리는 실리콘투의 물류망을 활용, K패션 판매 저변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발란은 지난해 5월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발란 닷컴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발란 주주사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명품 플랫폼의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는 곳이 아예 없다”면서 “지분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실리콘투와의 전략적 협업으로 발란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 외에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명품 플랫폼의 운영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명품 프리 오더(선주문) 플랫폼 ‘디코드’가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최대주주 변경
“FI 찾을 수 없다” VC도 동의
배우 김혜수를 앞세운 발란의 광고. /발란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3월 4일 16시 5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의 몸값이 급전직하했다. 한때 기업가치 3000억원을 찍기도 했지만, 최근 전환사채(CB) 발행 프리머니밸류(투자 전 기업가치)가 300억원 이하에 그쳤다. 다만 일각에선 “발란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최근 15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화장품 유통기업인 실리콘투가 발란이 발행하는 CB를 인수하는 구조로, 1·2차 두 차례에 걸쳐 75억원씩 총 1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환가액은 주당 6만1171원으로 책정됐다. 발란의 발행주식총수(47만7011주)를 고려한 프리머니밸류는 292억원으로 집계됐다. 150억원어치 CB의 전액 보통주 전환을 가정한 포스트머니밸류(투자 후 기업가치)는 이보다 조금 높은 441억원으로 추산된다.
발란은 명품 유통 플랫폼으로 2015년 설립됐다.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급성장하며 2022년 시리즈C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3000억원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경쟁 심화에 고금리·경기침체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발란의 이번 투자유치는 생존을 위한 선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완전히 메말랐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785억원으로,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가치 불확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유치에 다시 나섰지만, 실리콘투 이외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포이즌, 일본의 조조타운 등에서 발란의 몸값을 5000억원으로 책정,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사실무근이었다.
발란이 생존을 택하면서 투자구조는 실리콘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기업가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은 물론 총 150억원 투자 방침을 밝혔지만, 최초 75억원 투자 이후 추가 투자는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 기준을 넘어야 한다.
150억원 CB 투자 이후 보통주 전환 시 실리콘투는 발란 지분 33.9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도 올라서게 된다. 만기이자율은 4%다. 아울러 2027년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날부터 2028년 말까지 발란의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부여됐다.
실리콘투의 경기 광주시 물류창고. /실리콘투 홈페이지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0월 발란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투자자로 나선 신한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등만 해도 3000억원 기업가치에 총 25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 가치는 25억원이 됐다.
발란 주주사인 한 VC 관계자는 “이번 CB 발행은 자금 조달 과정에서의 투자자 대상 설명 없이 회사 주도로 진행, 결정 이후 통보됐다”면서 “시리즈A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500억~600억원이었는데, 투자자산 상각 처리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존을 위해선 자금을 받아야 했고, 실리콘투라는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한 것만으로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가장 상황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명품 플랫폼은 구주 거래마저 완전히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란은 이번 75억원 투자금을 활용,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K뷰티 선봉장이라 불리는 실리콘투의 물류망을 활용, K패션 판매 저변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발란은 지난해 5월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발란 닷컴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발란 주주사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명품 플랫폼의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는 곳이 아예 없다”면서 “지분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실리콘투와의 전략적 협업으로 발란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 외에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명품 플랫폼의 운영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명품 프리 오더(선주문) 플랫폼 ‘디코드’가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