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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감사원 자체 감사
‘셀프 감찰’ 통제 법안에 “독립성 침해” 반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의혹 국민감사 결과, 위법사항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 등 감사원 관계자들과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고발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감사원에 대한 감사는 누가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헌재와 선관위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채용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헌재 결정을 왜곡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전망과 극우 세력이 맹신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헌재·선관위 한통속’ 주장을 통해 극우 쪽 지지를 묶어두고, 채용 비리에 민감한 청년·중도층에도 소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은 단순하다. 헌법은 선관위를 정부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리·부패 성역은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헌재는 선관위 자체 감찰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국회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 탄핵심판,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통제를 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헌재 결정에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를 포함해 재판관 8명 전원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무시한 채 ‘비리·부실 성역이 된 선관위’라며 연일 헌법기관 신뢰를 흔들고, 극우 세력은 ‘선관위의 선거 조작’ 음모론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27일 이런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고위직 자녀 채용 비리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외부인사 참여 감사위원회 설치 △외부인사 감사관 임용 △감사기구 사무처 분리 △인사 감사 전담부서 신설 등 자체 감사조직 독립성 강화 조치가 지난해 1월 이미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등이 계속 문제 삼자 4일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선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책임을 통감한다. 국회의 선관위 통제방안 마련 논의 등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의 자료제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이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감사원은 어떨까. 감사원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는 외부기관은 없다. 정부부처 인사 감사는 인사혁신처가 하지만, 감사원은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나마 감사원 견제가 가능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자료 제출 거부로 일관하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최달영 사무총장이 고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선관위처럼 자체 감사를 한다.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원장이 지시하면 사무총장이 실시하고, 감사 결과도 감사원이 알아서 정한다.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달리 자체 감사 결과를 타 기관에 보고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자체 감사 결과 자료를 공개했다. 감사원이 최근 5년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한 인사행정·직원 복무 관련 조치는 7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복무 규정 위반 사례는 3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자체 정기감사에서 찾아낸 것이 아니다. 제보를 받아 특별감찰을 한 결과였다고 한다.

감사원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는 “지방조직이 없는 감사원은 서울 삼청동 본관에 전 직원이 모여 수십년을 함께 일하다 보니 자체 감사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제보나 외부에 알려진 사례 위주로 감찰이 이뤄지는 이유”라고 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월성원전 1호기 감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의 무죄를 확정했다. 감사원이 위법한 감사 등 감사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감사원은 “적법한 감사”였다며 대법원 판결조차 부정했다. 당연히 위법 감사 관련자에 대한 감사원 감찰과 징계도 없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전 정부를 겨냥한 잇단 표적 감사와 현 정부에 대한 봐주기 감사 논란으로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소추 사태를 자초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 때는 ‘김건희’ 이름을 말한 사람이 없다며 서면조사조차 안 했고, 골프 연습을 위해 만들었다는 건물을 통째로 감사에서 누락했다. 감사원 임의로 감사범위를 축소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됐다. 결국 국회는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재감사를 의결했다.

다른 기관이 이런 식으로 일했다면 업무 처리 적절성과 불법 여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을 테지만, 감사원 자체 감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던 최재해 감사원장은 관저 이전에 무속인이 개입한 것이 “왜 위법이냐”고 주장했다.

국회에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감사원의 외부 통제와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도 발의된 상태다. 특히 내부 감찰의 경우 △감찰사무 사무처 분리 △외부인사 감찰관 임용 △대통령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결과 보고 등을 뼈대로 한다. 사무처 분리와 외부 감찰관 임용은 이미 중앙선관위가 도입한 방안이다.

감사원은 ‘독립성 침해’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감사원은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독립된 외부 감찰관 임용에 대해 △인력·예산 운영 근거 마련 △기존 감사원법과 상충 문제를 들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선관위 자체 감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감사를 하겠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던 감사원이, 선관위가 내놓은 수준의 개선 방안조차 당장은 어렵다는 취지다. 감찰 결과 보고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으며, 국회 보고는 이미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점검받고 있어 수용이 곤란하다”며 반대 뜻을 나타냈다.

내부 감사에는 한없이 너그럽다는 비판을 받는 감사원이지만, 위헌 결정에도 여전히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다는 주장을 놓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헌재 결정 직후 “납득하기 어려우나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헌법상 권한이 없다는 권한침해 위헌 결정에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김명진 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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