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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동·신촌 등 수요 늘며 월세 급등
주거비용 큰 부담에 고시원 찾기도
전문가 “기숙사 공급 등 대책 필요”

새 학기를 맞아 대학교 주변 오피스텔을 알아보던 대학생 강모(24)씨는 비싼 가격 때문에 할 수 없이 월 50만원짜리 고시원 방을 구했다. 인근 오피스텔 월세는 대부분 80만원 이상에 거래돼 이전에 살던 원룸보다 20만원이나 비쌌다. 강씨는 4일 “전세 매물도 알아봤지만 이 지역에서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취업할 때까지는 고시원에서 지내려 한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 ‘전세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 20대 대학생들이 비싼 월세를 치르거나 고시원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경희대와 한국외대가 있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11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9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도 벌어졌다. 한국외대 학생 신모(26)씨는 “이번 전세사기로 피해를 본 선배가 같은 학과에만 2명 있다”며 “가까이서 힘든 모습을 지켜보니 전세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부동산에는 월세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회기동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이 지역은 경희대, 한국외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밀집해 있고 직장인도 많이 산다”며 “최근 전세사기 사건 이후 사람들이 월세를 많이 찾다 보니 집주인들이 월세를 많게는 20만원씩 올렸다”고 말했다. A씨는 “가장 저렴한 매물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반지하인데,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60만원 이상은 지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촌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그동안 경기도에서 통학하다가 자격증 준비를 위해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려 했는데 월세가 너무 비쌌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학교 앞에서 자취하면 부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시내 5개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월세 평균가는 4일 기준 6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화여대 일대가 9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경희대 주변이 93만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은 학업이 우선인데 주거비용 부담이 커지면 학업과 취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학교 측이 기숙사 공급을 확대하거나 지자체가 청년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학교 인근 그린벨트 지역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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