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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매출 6배 증가한 호텔 사업 매각 추진
KT 퇴직 임원들 ‘호텔 매각’ 반대 성명
작년 영업익 절반 이상 배당금에 쓴 KT… MS와 AI 투자에 2조4000억 필요
“AI 격변기 성장동력 마련 위한 승부수” vs “단기 성과 노린 전문경영인의 리스크”

그래픽=손민균

‘호텔 부자’인 KT가 자사가 보유한 5성급 호텔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KT 안팎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T가 보유한 호텔은 고수익 자산인데다, 지난 5년 간 6배 이상 매출이 증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알짜배기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호텔 매각 추진에 KT 퇴직 임원들 우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퇴직 임원들이 KT가 검토 중인 호텔 등 부동산 매각이 KT의 미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호텔 사업은 지속 성장이 가능하며,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KT의 미래 자산에 해당한다”며 “현재 수익성이 높고 향후 가치가 더 높아질 미래 자산을 매각해 불확실한 AI 분야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은 재무적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T의 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문 매출은 2020년 297억원에서 2024년 2020억원(추정치)으로 6배 이상 늘었습니다. KT 관계자는 “비통신 사업에서 호텔 사업처럼 안정적인 수익원은 찾기 어렵다”면서 “땅값 상승 등을 고려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KT가 서울 시내에 보유한 호텔은 소피텔 앰배서더(송파구), 안다즈 서울 강남(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중구), 르메르디앙&목시 명동(중구), 신라스테이 역삼(강남구) 등 5개입니다. 신라스테이 역삼(3성급)을 제외한 4개 호텔은 모두 5성급입니다. KT가 호텔 사업에 뛰어든 건 2014년부터입니다. 무선통신의 확산으로 전화국이 통폐합되면서 남은 전화국 유휴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호텔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AI 투자+주주환원용 재원 마련 필요
작년 12월 기준, 통신 3사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살펴보면 KT가 3조7295억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경쟁사인 SK텔레콤(2조3476억원)보다 59% 더 큰 규모입니다. 통신 3사 모두 AI 사업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자산 매각 추진에 나선 건 KT 뿐입니다. 가장 많은 현금을 가진 KT가 자산 매각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년 10월 KT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업무협약을 맺고, AI·클라우드 사업에 향후 5년 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2028년까지 1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입니다.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됩니다. 작년 KT의 영업이익은 809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9% 줄었지만 배당금(4915억원)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발표한 AI 투자와 주주환원 계획의 재원 마련을 위해 호텔 등 부동산 자산 매각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AI 격변기 성장동력 확보 위한 고민
KT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재무상태를 개선하고, 고배당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0여년 전 이석채 전 회장은 KT의 유휴부지 부동산 매각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실적 부진을 자산 매각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242만평에 달했던 KT 토지 자산은 2014년 187만평으로 23%가량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KT의 건물 자산은 272만평에서 110만평으로 59% 감소했습니다. 당시 KT가 서울에서 대규모 부동산 매각을 하지 않았다면 KT의 자산이 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KT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돈으로 배당금을 늘렸고, 신사업으로 KT렌탈을 키우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석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 부임한 황창규 전 회장은 KT렌탈을 매각해 5000억원의 차익을 냈습니다. 두 사람 모두 KT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기업 리스크 전문가인 류종기 한영EY 상무는 “전문경영인은 오너가 아니고 고용된 관리자라는 특성상, 자신의 임기 중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이 때문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상태를 개선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점은 기업 경영에 리스크가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KT의 상황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AI 격변기로 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비통신 사업인 호텔을 매각해 성장동력인 AI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고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실적 부진을 겪었던 이석채 회장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KT 매출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단기적 성과보단 장기적 계획 수립을 위한 주춧돌을 만들려는 작업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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