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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땅 파고 모종 심는 도심 텃밭
아파트서 경쟁률 최대 5대 1 인기
지자체 관련 사업은 2000명 몰려
울산 북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텃밭에서 김 모(43) 씨 가족들이 삽으로 땅을 파 모종을 심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경제]

울산 북구에 사는 김 모(43) 씨는 지난해 아파트 텃밭을 분양받기 위해 예비 번호까지 받고 기다렸다. 작은 밭에 상추부터 깻잎, 치커리와 방울토마토까지 빼곡히 심으며 정성을 쏟았다. 매일 2~3시간은 잡초를 관리하고 물을 주는 데 시간을 썼을 정도다. 김 씨는 “채솟값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농사는 ‘벌레와의 전쟁’이라고 할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내 손으로 키워 먹는다는 행복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직접 땅을 파고 모종도 심는 ‘도심 속 텃밭’이 이색 취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각 아파트 단지에서 분양하는 텃밭은 공지가 뜨기 무섭게 신청자가 몰리는가 하면 관련 지자체 사업에도 수천 명의 대기열이 발생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훌쩍 뛰어오른 과일과 채소 가격이 도심 텃밭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래미안강남힐즈에서는 92명을 모집하는 아파트 텃밭 분양에 180명 넘는 주민이 지원했다. 서울 서초그랑자이는 작년 텃밭 21개소를 분양하는 데 6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다른 아파트들에선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들은 대개 자체적으로 1평(3.3㎡) 가량의 작은 텃밭을 분양하고 연간 4~5만원 수준의 임대비를 받는다. 래미안강남힐즈 관리사무소 측은 “아이들에게 텃밭을 보여주고 흙도 만져보게 해줄 수 있어 좋다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식비도 아끼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주민들 만족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달 대전 서구 관저예미지명가의풍경 아파트 텃밭은 400세대 넘는 지원자가 모여 2.6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남동구 파크포레도 매년 주민들 7분의 1 이상이 단지 내 텃밭 분양을 원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수원 영통구에 거주하는 윤 모(25) 씨는 “아파트에 계속 살았기에 농사에 대한 로망이 있어 직접 적상추·로메인·토마토·가지·호박·쑥갓 등을 키워봤다”면서 “요즘 비싸다는 배추는 직접 심고 김장도 해봤다”고 전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 이음 텃밭에서 도심 농부가 채소에 물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업에는 수천 명의 신청자들이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날 마감하는 서울 관악구청 ‘강감찬 텃밭’ 지원에는 이미 434명 정원을 훌쩍 넘긴 2000명 이상이 몰린 상태다. 올해로 10년째 분양 중인 이 밭은 합성 농약과 화학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으로 운영된다. 최근 모집과 추첨을 종료한 강남구청 ‘세곡천 힐링텃밭’도 신청자가 2324명으로 집계돼 약 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로 자녀를 동반한 체험을 원하는 40대나 농업에 관심이 많고 소일거리를 원하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높다”면서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사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키워 먹는 재미’ 뿐만 아니라 최근 급상승한 채소와 과일 값을 텃밭 열풍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7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의 소매 가격은 5197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올랐다. 같은 기간 당근(무세척·상품) 1㎏ 값도 5402원으로 34.6% 상승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선식품 물가가 오른 데다 채소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면서 텃밭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직접 키워먹으면 식비가 줄어드는 데다 키우는 재미도 있고 안전성도 확보된다는 이점이 있어 일석 삼조의 효과”라고 풀이했다.

텃밭에서 김 모 씨 가족이 키운 수박. 독자 제공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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