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닷새 만에 숨진 초등생 A양. A양 유족 제공, 연합뉴스
지난달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닷새 만에 숨진 12세 초등생 A양의 유가족을 돕고자 하는 온정의 손길이 모이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떠난 A양에게 모진 세상이 건네는 뒤늦은 선물일지 모르겠습니다.
4일 인천시 서구 등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빌라 화재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A양의 가족을 돕는 후원금이 이날까지 830만원가량 모였습니다. 서구 안전교통국 직원들을 비롯한 기부자들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A양을 위해 써 달라”며 후원금을 지정 기탁했습니다.
서구는 A양 부모에게 3개월 동안 매월 긴급생계비 154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전기밥솥, 침구류 등 생필품은 이미 전달했고, 겨울철 사각지대 지원금 50만원도 추가 지급할 예정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본부는 3개월 동안 A양 부모에게 임대주택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서구는 관내 기업에도 후원 부탁을 하는 등 추가 지원책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A양 어머니는 이날 연합뉴스에 “남편은 계속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한 후원단체 관계자가 찾아와서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감사해했습니다. 불행 중에도 분명 희망은 있는 거겠죠.
지난달 26일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인천소방본부 제공
A양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건 방학이던 지난달 26일이었습니다. 서구 심곡동의 한 빌라 4층 주거지에서 혼자 있던 A양은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얼굴 부위에 2도 화상을 입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A양은 사고 발생 닷새 만인 3일 오전 결국 숨졌습니다.
A양의 유족은 딸의 사망 판정 이후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심장과 췌장 등 장기 4개를 기증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수의사를 꿈꿨던 딸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였습니다.
화재 당시 A양이 홀로 집에 있어야 했던 배경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죠. A양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터인 식당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간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1월 A양의 아버지가 건강 악화로 신장 투석을 받게 되며 A양 가정은 의료 위기 세대로 분류됐습니다. 그해 3월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며 고용 위기까지 겹쳤죠. 이후 월세와 전기·가스비 등 공과금 미납이 이어졌습니다.
A양은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른 위기아동 관리 대상자에도 선정됐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지원은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가 일을 나가 일정 수입이 있고 차량도 소유한 상태여서 소득기준 초과로 금전적 지원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늦게나마 전해진 따뜻한 관심과 애도 덕에 A양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A양의 빈소는 5일 서구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됩니다. ‘자녀상이어서 하루만 장례를 하겠다’는 유족 의사에 따라 다음 날인 6일 발인이 진행됩니다. A양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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