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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4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최 대행이 여야 합의 필요성을 들며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이 위헌이라 밝힌 뒤 이날 처음으로 국무회의가 열려 최 대행의 결정에 여야 모두 촉각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31일 최 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중 2명(정계선·조한창)의 임명을 전격 발표했던 것도 국무회의 석상이었기 때문이다.

최 대행은 그때와 달리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마 후보자에 대해 어떠한 공개 발언도 하지 않았다. 대신 회의 1시간 전 국무회의 배석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소집하고 내각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 뒤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의견이 나왔고, 숙고해야 할 점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당분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날 간담회는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참석자 대부분이 의견을 밝혔는데 “곧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심판에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 결정은 존중해야 하지만 당장 임명해야 할 급박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권한대행은 가능한 권한을 자제하는 것이 원칙”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여당 대선 후보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 헌재가 임명의 시기를 강제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최 대행에게 전했다고 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선 한 총리 복귀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한 총리는 지난달 19일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돼 이번주 중 선고 기일이 잡힐 수 있다. 한 총리가 복귀할 가능성도 있기에 한 총리에게 선택권을 넘겨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마 후보자의 임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여파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 대행은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간담회 말미에 “보내주신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최 대행이 이날 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해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 뒤 대통령실과 내각 및 여당에서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던 측면이 컸다. 다만 최 대행은 이날 입장 발표 직전까지도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에 사전에 의견을 전하지 않는 등 최대한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 했다. 지난해 헌법재판관 임명 당시 최 대행 측 입장에서 찬성 의견을 밝혔던 늘공(직업 공무원) 출신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공교롭게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이날 간담회에 불참했다. 조 장관은 간담회 직전인 4일 오전, 김 장관은 3일 출국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박 원내대표는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상목 대행을 국정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현동 기자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연금개혁과 반도체특별법 52시간 예외 적용 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정 협의회 재개를 요구하며 야당에 “통합의 힘이 절실하다. 대승적 협의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를 언급하며 “냉혹한 국제 질서를 절감한다”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대행은 국정을 수습할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헌정질서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며 “헌법을 지키지 않는 자는 공직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모습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해 (앞으로) 최 대행과 협상테이블에 앉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낡은 상속세 개편해야”=최 대행은 4일 오후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낡은 상속세를 개편할 때다. 경제 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편이 지체되면서 중산층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상속세 공제를 합리화하고 납세자가 승계한 자산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담하는 유산취득세로의 개편방안을 3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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