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나 채프먼과 애드리언 브로디 사이에서 인사를 나누는 핼리 베리/핼리 베리 인스타그램 캡처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스타 핼리 베리의 ‘보복 키스’가 화제가 됐다.
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7회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베리는 영화 ‘브루탈리스트’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던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를 향해 두 팔을 뻗으며 반가운 듯 다가갔다. 가볍게 포옹을 나눈 베리는 곁에 서 있는 브로디의 여자친구 조지나 채프먼을 향해 몇 마디를 건넸다.
이어 브로디를 향해 고개를 내밀어 몇 초간 기습 키스를 했다. 채프먼은 옆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며 웃으며 손뼉을 쳤고, 키스를 마친 베리는 다시 브로디를 깊게 껴안았다.
이 키스는 2003년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브로디가 베리에게 한 행동을 그대로 되갚아준 것이다. 당시 영화 ‘피아니스트’로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디는 상을 받으러 무대로 올라간 뒤 감격에 겨워 시상자였던 베리를 끌어안고는 강제로 키스했다.
브로디의 이 행동은 몇 년 전 할리우드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일어나면서 다시금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베리는 2017년 한 인터뷰에서 “나도 한 해 전에 그 자리에 서 봐서 수상자가 어떤 기분인지 알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에 브로디는 “내가 했던 어떤 행동도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이 해당 사건 이후 22년 만에 아카데미 레드카펫에서 조우하게 되면서 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도 “22년 만의 재회”라는 문구를 영상과 함께 게재했다. 베리는 이날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밤은 그에게도, 저에게도 정말 엄청난 밤이었다”라며 “오늘은 그에게 되갚아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밤 브로디는 2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라슬로 토트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베리는 2002년 영화 ‘몬스터 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흑인 여배우로, 이번 시상식에서는 시상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