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제106주년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이행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일피일 미루자, ‘직무유기’이자 ‘위헌’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권한대행이 행정부의 헌법상 의무 이행을 번번이 ‘여야 합의’를 내세워 거부한 것이야말로 ‘정치적으로 권고되는 관행’일 뿐인 ‘여야 합의’를 헌법보다 우위에 놓는 초법적 발상이자 권한 남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 권한대행은 4일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참석자 의견을 들어본 뒤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최 권한대행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애초 한 총리가 지난해 12월 마 후보자를 비롯해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며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최 권한대행 역시 같은 논리로 마 후보자를 제외한 후보자 2명을 임명하면서 ‘여야 합의’가 헌법 위에 존재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야 합의가 헌법 위에 있을 수 없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건 헌법기관들의 의무다. 그런데 정치적·정파적 목적에 기반한 해석으로 앞선 해석을 무시하고 헌재의 권위에 도전하면 우리 사회가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헌법에는 ‘여야 합의’나 ‘정치적 합의’를 국회에서 넘어온 법률안이나 임명안의 공포·재가 조건으로 달지 않는다. 다만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제49조)만 있을 뿐이다. 물론 그동안 국회에선 원만한 의사 진행과 소수 의견 존중 차원에서 ‘여야의 정치적 합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의회의 정치적 관행’이지 그 자체로 강제성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게 그동안 통용돼온 ‘정치적 상식’이다.
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의 반발과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복귀 가능성을 고려해 국무위원 의견 수렴 등 ‘정무적 판단’을 거치고 마 후보자 임명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는데다, 헌법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위원 간담회를 거친다는 것은 자신에게 오는 부담을 덜겠다는 건데, 법적 근거도 없고 헌법과 법률 해석의 최종 기관인 헌재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국무위원들의 토론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며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데 법을 안 지키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이 헌재에서 부정됐는데, 다시 정무적 판단이 거론된다는 것은 헌법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지금 필요한 ‘여야 합의’는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여야가 약속해야 한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참여 여부는 헌재에 맡기자는 합의가 지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