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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이후 길거리 보수 집결 현상에 대해 보수 개신교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 12만 명이 결집했다. 이같은 ‘반탄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은 정치권이 아닌 보수 개신교계다. 광화문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여의도 ‘국가비상기도회’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가 각각 주최했다. 교인들은 왜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아스팔트 거리 위로 나선 것일까.

이처럼 보수 개신교계가 ‘아스팔트 우파’로 정치세력화하는 현상에 대해 국내 종교학자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 보수 기독교 운동과 맞닿아 있는 일종의 영적 전쟁(Spiritual Warfare)”이란 해석을 내놨다.「현대 한국 기독교 우파의 결집과 세대간 역학」이란 주제로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명삼(49)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서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보수 개신교 예배와 길거리 집회를 참여 관찰해왔다. 집회에 참여한 지도자의 발언, 참여 그룹의 성격과 인적 변화부터 각종 소식지, ‘찌라시’까지 망라해 연구했다. 중앙일보는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서울 종로구 성공회대학로교회에서 개최한 ‘극우주의와 한국교회’ 포럼 발제자로 나선 서 교수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서 교수는 최근 개신교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종교적 동기도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개신교인들이 아무 보상 없이 거리에 집결하는 현상을 금전적 동기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세이브코리아 대표인 손현보 목사는 지난달 18일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서 “교육법을 바꾸고 기독교 대안 학교를 설립해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 교수는 우파 개신교계 급진적 정치화는 ‘영적 전쟁’을 강조하는 미국 보수 개신교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에서 벌어진 ‘신사도운동(New Apostolic Reformation)’의 직·간접적 영향이 감지된다고 주장했다. 신사도운동은 기독교 초기 12사도처럼 예언자, 선지자 역할을 강조하는 운동이다. 보이지 않는 성령의 계시, 예언, 방언, 환상 등 은사주의, 신비주의 전통 역시 중시한다.

서 교수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자, 해리스는 어둠의 세력’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복음주의 전도사 랜스 월나우는 대표적인 신사도운동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미 트럼프주의-은사주의 그룹 지도자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각종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한다. 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감당한 미국 은사주의 그룹은 트럼프를 ‘고레스(Cyrus)왕’으로 칭하며 그가 신앙은 약해도 하나님이 들어 쓰신다는 주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서울 종로구 성공회대학로교회에서 개최된 '극우주의와 한국교회' 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이영근 기자

서 교수는 전광훈 목사와 손현보 목사가 이런 미 보수 개신교계의 트럼프주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 목사는 2018년『하나님과 트럼프』라는 책 추천사에서 “전 세계가 동성애 이슬람 북핵 등의 문제로 위험에 처했지만 하나님께서 트럼프 대통령을 세워 지구를 구해낼 것이라고 썼다”고 하면서다. 다만 서 교수는 “전 목사가 트럼프 행정부와 실질적이 교감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손 목사는 실제 지난해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했을 당시 접촉한 적 있다. 손 목사는 지난해 11월 예배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세상에는 조금 또라이처럼 보이지만, 저런 사람(트럼프)이 필요하다”고 설교했다.

서 교수는 종교의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해선 “종교인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정당 활동 등 민주주의 틀 안에서 해야 한다”며 “의견이 다른 집단을 존중하지 않고 폭력을 조장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계엄 이후 아스팔트 보수 집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정치 역학 변화 중심의 정사(正史) 외에도, 종교적 주제의 외전(外傳)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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