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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함정 건조·수리 시장 규모가 매년 55조원에 이를 거란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하는 모습. 사진 한화오션
미국이 해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함선 수리·건조에 매년 55조원을 지출할 거란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는 국내 조선 업계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공개한 ‘미국 해양 조선업 시장 및 정책 동향을 통해 본 우리 기업 진출 기회’ 보고서에서 따르면, 미 해군의 신규 함정 건조 시장이 연간 44조원,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11조원에 이른다. 미 의회예산국과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이 분석한 결과다. 올 1월 미 의회예산국은 미 해군이 2054년까지 연평균 300억 달러(약 43조 8900억 원)를 투입해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라면 미 해군 함정 규모는 현재 296척에서 381척까지 늘어난다.

미 해군의 함정 MRO 예산 규모는 74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른다. 사진은 지난해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이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후한 미국 함정을 수리하는 유지·보수·정비(MRO)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미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미 해군은 함정 MRO 사업에 73억7900만 달러(약 10조8000억원)를 썼다. 2020년 60억9300만 달러에서 3년만에 10억달러가량 늘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함정은 잠수함·항공모함을 제외하고도 149척에 달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담당인 7함대는 그간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MRO를 진행해왔지만, 현재 노후 함정의 정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업계는 올해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에 나서는 등 미 해군 함정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사진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오션
국내 조선 업계는 미 해군 MRO 참여를 시작으로 군함 건조 파트너도 노리고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고 MRO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MRO 수주 2건을 따냈고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60억원)에 인수했다. HD현대는 올해 미 함정 MRO에서 2~3건 이상을 수주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HD현대는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미국과 선박 수리·건조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현지 직접 투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국내 조선 업계가 미 해군 함정 시장에 진출하면서 앞서 시장에 진출했던 일본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8200t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연합뉴스
미 해군 시장을 놓고 향후 한·일 조선소들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한국보다 먼저 미 해군과 MSRA를 체결해 미 해군 7함대의 MRO 사업을 수주해왔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4월 정상회담에서 미 해군 전투함의 일본 내 수리에 합의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예비역 해군 준장 출신인 신승민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 초빙교수는 “일본의 경쟁력은 한국보다 십수 년 앞서 미 해군 함정을 정비해온 경험”이라며 “한국은 대형 선박의 설계·제작 기술력 등 강점을 앞세워 일본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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