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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모터스 한 지점장, 폭언 일삼아
매일 ‘출근 인증샷’·무급 추가 노동 요구
다른 딜러사에서도 갑질 등 논란 잇따라
노조 “과도한 출혈 경쟁 등 구조 바꿔야”
A씨가 지점장의 지시로 팀장에게 출근 ‘인증샷’을 남기며 보고하는 모습. 유족 제공


“회사에 남은 미수금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난달 12일 BMW코리아 공식 딜러사 바바리안모터스의 한 지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업사원 A씨의 장례식장에 온 지점장이 유족들에게 처음 한 말이다. 유족들은 A씨 동료들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한 해당 지점장은 A씨가 죽고 나서도 안타까움이나 미안함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2일 유족들과 동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점장은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정신X자” “미친X끼” “나가 죽어라” “당장 책상 빼라”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A씨는 손을 떨며 가슴을 움켜쥐고 심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지점장은 A씨에게 ‘벌’을 준다며 출근을 더 일찍 하게 하고, 한동안 매일 출근 ‘인증샷’을 남기게 했다. A씨의 근무시간은 원래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벌을 받는 기간 한 달 이상 매일 8시에 출근해 8시에 퇴근했다. 추가 근무 수당은 없었다.

A씨의 유족이 동료들로부터 받은 진술 내용. 유족 제공


수입자동차 영업사원(딜러)들이 업체 간 출혈 경쟁 속에서 자신의 수당으로 고객 할인금을 지급하는 업계 관행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들은 출근 인증샷을 강요하고 폭언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심각했다.

직원들은 개인의 갑질을 넘어 바바리안모터스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증언한다. 회사에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 금액을 영업 직원이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직원 입금 시스템’이 있는데, A씨가 회사에 남긴 미수금도 이 때문이었다. 차를 팔았는데 오히려 빚이 1300만원가량이 생긴 것이다.

과거 이곳에서 일했던 영업사원 B씨는 “수당이나 개인 돈으로 고객에게 할인해줘 차를 팔아도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았다”며 “주말 출근이나 야간 당직을 서도 수당·대체휴가 등 보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주6일 출근이 일상이었던 그는 아이가 생기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지점장은 A씨와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나갈 거면 나가고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라며 ‘카드 금지’ ‘타캐 금지’ ‘협의 금지’ 등을 명령하기도 했다. ‘카드 금지’는 차를 판매할 때 고객에게 카드 결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타캐 금지’는 고객들이 다른 금융사(타사 캐피털)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신 금리가 높은 BMW 금융만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협의 금지’는 과다 할인이 붙었을 때 회사와 금액을 분담하지 못하고 스스로 다 메우게 하는 걸 말한다. 사실상 영업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들이었다.

A씨는 입사 후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유족들은 “동료들에게 진술받은 내용을 보고 슬퍼할 겨를도 없는 상태”라며 “회사가 가해 지점장과 팀장에게 강력한 인사 조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뒤늦게 회사 측은 지점장과 팀장을 대기발령 시켰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그들이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또 지점장은 언론 보도를 보고 “4~5주 이내에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지점장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유족 제공


다른 딜러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만연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딜러사인 신성자동차에서도 지난 몇 년간 팀장 C씨가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행, 강압적 업무지시, 주말 출근과 인증사진, 실적 밀어내기, 업무 외 지시 등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신성자동차 C팀장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역시 출근 인증샷을 보내야 했고, 구두 수선이나 보험가입 강요 등 업무와 상관없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C팀장은 직원들과의 카톡 대화에서 “개X만한 새끼야” “꺼져라” “병X새끼들” “개XX” “씨X놈” 등 욕설을 지속했다.

신성자동차의 한 팀장이 직원들과 나눈 카톡 대화. 금속노조 제공


신성자동차 영업사원들은 개인사업자로 프리랜서 계약을 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실적이 부진할 경우 퇴사를 강요받았다. 이곳 딜러들은 차량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로만 임금을 받았고 직원들이 요구한 4대 보험도 회사로부터 거절당했다. 갑질 등이 알려졌지만 C씨는 여전히 회사를 잘 다니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들이 해고된 상태다.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 라대관 지회장은 “과도한 업체 간 출혈 경쟁과 딜러들이 자신의 판매수당을 고객 할인금으로 투여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영업사원 수당으로 할인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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