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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센트 동전(페니)의 주조 중단을 지시하면서 30여년 경력의 ‘동전 로비스트’가 최대 위기에 부닥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옆 모습이 새겨진 1센트(페니) 동전. 로이터=연합뉴스

주인공은 미 테네시주 동전 재료 제조업체인 아르타즌 소속 로비스트 마크 웰러다. 이 회사는 미 연방조폐국에 1센트용 빈 동전을 공급한다. 그러면 조폐국이 동전 앞면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옆 모습을 새겨 1센트로 발행한다. 웰러는 또한 워싱턴 DC에 있는 ‘친 페니’ 단체인 아메리칸 포 커먼 센츠의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 1센트 주조 중단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웰러는 1센트 동전 주조를 중단하면 오히려 5센트 동전(니켈)의 생산량이 증가해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미 조폐국 보고서에 따르면 1센트 1개당 제작 비용은 3.7센트(약 53원), 5센트의 생산 비용은 13.8센트(약 198원)다. 웰러는 1센트는 97.5%의 아연과 2.5%의 구리, 5센트는 75%의 구리와 25%의 니켈로 제작되는데 지난 10년 새 구리와 니켈 가격이 급상승해 1센트는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덜하다는 주장도 펼친다.

아메리칸 포 커먼 센츠의 마크 웰러 사무국장. 링크드인 캡처

웰러는 원래 미 상원에서 일하다가 1980년대 아연 제조 업체인 볼 코퍼레이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회사가 아연으로 만들어진 1센트용 동전에 구리를 코팅하는 계약을 따내면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89년 미 공화당에서 가격 표시를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하는 법안을 제출해 사실상 1센트 유통을 막으려 하자, 이듬해 아메리칸 포 커먼 센츠를 세웠다. 아르타즌은 볼 코퍼레이션의 아연 사업 부문이 따로 떨어져 나온 회사로 아메리칸 포 커먼 센츠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에도 미 의원들은 1센트 제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폐기하려 나섰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2017년 공화당 출신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1센트 생산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미국은 오랫동안 페니(1센트)를 만들어왔지만 생산 비용이 액면가를 초과하는 낭비적인 정책이었다”며 “우리 예산에서 낭비 요소를 하나하나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90년 설립된 친 페니(1센트) 단체인 아메리칸 포 커먼 센츠(ACC). ACC 홈페이지 캡처

웰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1센트 주조 중단을 지시한 직후 미 의회 및 관련 부처 정책 입안자들과 회의를 갖고 언론 인터뷰도 활발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더라도 1센트 유통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WSJ는 “웰러는 30년 동안 가장 작은 미국 통화를 방어해 왔다”며 “이제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싸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웰러는 “우선은 니켈(5센트)을 좀 더 값싸게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며, 페니(1센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1센트 동전을 폐지하면 물가 상승을 잡겠다는 트럼프의 선거 공약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웰러는 “이 일을 해온 모든 기간 동안 미 재무부에서 1센트 생산 중단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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