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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서울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간신히 잡혔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리 인하로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 “이제는 내릴 때”…은행들 금리 줄인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최근 대출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3일 은행채 5년물을 지표로 하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포인트 낮춘다. 신한은행도 최대 0.2%포인트 정도 가산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또 오는 5일부터는 개인신용대출인 ‘우리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은행에 붙은 대출 상품 현수막. 연합뉴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떨구기 시작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는데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를) 반영할 때”라고 압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비수기 2월 가계대출, 4년 만 최고 폭 오를 듯
문제는 잡힐 줄 알았던 가계부채 상승세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약 5조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본격 이사철이 시작하기 전인 2월은 원래 가계대출 비수기다. 이 때문에 전월 대비 2월 가계대출 잔액은 2022년(-3000억원)·2023년(-5조3000억원)·지난해(-1조9000억원) 모두 감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5조원 내외의 증가세를 기록한다면, 2월 증가분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9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게 된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736조2772억원) 전월 말보다 2조6184억원 늘면서, 작년 9월(5조6029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신재민 기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진 것은 일단 일시적 영향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시작한 만큼, 2월이 상대적으로 영업일수가 늘어 대출받은 사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1월엔 설 상여금이 들어와 대출을 받는 수요도 적은 편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달 정책대출이 2~3조원 정도 나가기 때문에 실제 지난달 은행 자체 대출은 1~2조원 정도만 는 것”이라며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다”고 짚었다.



토허제 해제로 부동산 ‘꿈틀’…커진 ‘금리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수기인 2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잠·삼·대·청 일대 아파트 거래량은 허가구역 해제 전(1월 30일~지난달 12일) 41건에서 해제 이후(지난달 13일~26일) 47건으로 6건 늘었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조정하면서 해제 지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 뉴스1

대출금리 인하를 놓고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딜레마’도 커질 전망이다. 내수 부진 등을 생각하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해지면 지난해 7~8월에 나타났던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시 재현될 수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커지면,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오는 7월 시행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에서 수도권의 대출 한도를 지방보다 더 낮추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지역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막을 가능성도 검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효과는 오는 3~4월 가계대출 잔액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라며 “다만,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기 때문에 금리는 내리되 가계대출 증가세는 금리가 아닌 방법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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