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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절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집회에는 2030세대도 다수 참석했다. 이들의 손에는 모두 태극기가 들렸지만,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현장에서 만난 10여 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응원봉 들고 춤추며 “윤 대통령 탄핵”
탄핵 찬성 집회에 태극기를 한 손에 쥔 채 참석한 장모(23)씨는 “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 사회가 마비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루빨리 탄핵이 돼 나라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보수 집회에서 태극기를 들면서 의미가 왜곡됐단 생각이 들어서, 오늘 꼭 태극기를 가지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정모(28)씨가 태극기를 들고 있다. 정씨는 ″3.1절을 맞아 보수층이 결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계엄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취업준비생인 정모(28)씨는 “계엄이 터진 날 밖에 있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학생 얼른 집에 가’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며 “정말 무서웠고, 그날 이후로 처음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한 손에 태극기를 쥔 채 집회에 나섰다. 정씨는 “오늘 3.1절이라 보수 집회에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태극기를 쥐고 나왔다”며 “할 수 있는 게 집회에 나오는 것밖에 없어서 나왔다. 태극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엄 이후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계엄 선포 이후로 경제가 망가졌다”며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환율이 올라 여행도 못 가고, 외국 물건도 잘 못 사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대통령을 바꿔서 경제 문제도 개선하고,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주4일제나 일자리 문제가 얼른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권모(32)씨가 손에 '민주수호' 팻말과 응원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권씨는 ″두산베어스 응원봉에 전구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오소영 기자.
계엄 이후 각종 집회에서 2030 세대의 상징이 된 응원봉을 들고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권모(32)씨는 한 손에 응원봉을 든 채 구호에 맞춰 춤을 추며 탄핵을 촉구했다. 권씨는 “원래 들고 나오던 응원봉이 부서져 두산베어스 응원봉에 전구를 달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은 자신의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저지른 계엄으로 보인다”며 “그런 사적인 이유로 국민을 위협하는 계엄을 저지른 건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야말로 비민주적 정치 행위”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서 조모(22)씨의 모습. 조씨는 ″가만히 있으면 임기까지 마칠 수 있음에도 계엄까지 해가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창용 기자
탄핵에 반대하는 2030 세대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천 송도에서 온 서울대 2학년 조모(22)씨는 “윤 대통령의 77쪽짜리 최후진술을 읽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민주당이야말로 비민주적인 입법을 하려고 하고, ‘줄 탄핵’을 하며 정치 행위를 방해하는 걸 보고 반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며 “사법부도 이미 썩었다”고 한탄했다.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모(30)씨는 ″탄핵은 부당한 일″이라며 ″모든 언론사가 좌편향 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젊은이들은 뉴스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아미 기자.

직장인 김모(30)씨는 “안보에 대한 걱정 때문에 탄핵 반대 집회에 나왔다”면서 “계엄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는데, 탄핵은 부당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 강모(31)씨는 “유튜브를 보면서 계엄이 정당하단 생각을 했다”며 “이번이 4번째 집회 참여”라고 말했다. 강씨는 “여기 오는 데 한시간 가량 걸리고, 주말이라 쉬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꼭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해서 나왔다”며 “점심도 못 먹었지만, 최대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김모(20)씨는 “나 역시 집회에 나오기 전엔 계엄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이곳에 나오고 나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며 “대통령을 사형하자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모(32)씨와 장모(34)씨의 뒷모습. 둘은 지난달 동대구역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처음 만나 2주 전부터 사귀게 됐다고 한다. 이찬규 기자.

같은 정치성향으로 집회에서 만나 커플이 된 이들도 보였다. 지난달 동대구역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처음 만나 연락을 주고받다가 2주째 사귀고 있는 김모(32·여)씨와 장모(34)씨는 손을 잡고 나란히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찾았다. 장씨는 “여자친구가 자유 우파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윤 대통령 체포 저지 때도 둘다 현장에 있었다는 걸 알고 운명이라 직감했다. 친구들이 ‘내란커플’이라 놀리지만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실상 현재 상황이 민주당 독재인 상황 아니냐”며 “뭐만 하면 탄핵으로 겁박하니 나라 꼴이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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