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핏대를 세우며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울경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파행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일(현지 시간) 러시아 측은 회담 결렬의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돌렸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트럼프와 밴스가 그를 때리지 않은 것은 자제력의 기적"이라고 비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한 거짓말 중 가장 큰 거짓말은 우크라이나가 2022년 지원을 받지 못하고 홀로 남겨졌었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돼지’, ‘코카인 광대’ 등 표현으로 젤렌스키를 비하하며 "트럼프가 처음으로 진실을 말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제3차 세계대전을 걸고 도박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젤렌스키의 외교적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정치 전문가 마리아 졸키나는 "젤렌스키가 자제심을 유지한 것을 지지한다"며 "오늘의 쇼에서 젤렌스키는 개인을 넘어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있었다. 그의 주된 카드는 자신의 나라를 지닐 권리와 존엄, 그리고 이를 수호할 용기였다"고 말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영웅적인 우리나라의 국익을 지키는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연대를 표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 야권의 미콜라 크냐지츠키 의원은 "현 상황을 기뻐할 곳은 크렘린 뿐”이라며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무엇보다 평화를 원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문제를 놓고 두 정상 간 공개적 설전으로 조기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 젤렌스키에게 러시아와의 협상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