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3·1절인 1일 이육사 시인의 시 구절을 인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제시대 탄압을 받고 감옥에 투옥돼 갖은 박해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이 시인의 시 구절을 통해 최근 ‘명태균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자신의 어려움과 억울한 상황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이육사 시인의 <절정>이라는 시 구절을 들었다. 그는 “3·1절에 돌아보게 되는 간절한 시”라고 썼다.
홍 시장이 언급한 시 구절은 ‘매운 계절(季節)의 챗죽(채찍)에 갈겨 /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라는 내용이다.
이 시는 1940년 <문장>에서 발표한 시로, 일제에 대한 저항과 암울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저항시이며 <광야>, <청포도> 등과 함께 이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의 구절.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오며 향후 있을 조기 대선에 출마할 뜻을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명태균 리스트’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홍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제3자가 대납했다는 것 등이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이었던 강혜경씨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등에서 총 20여 차례에 걸쳐 홍씨에 대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상태다.
홍 시장 아들의 학교 동창인 최모씨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홍씨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홍 시장 쪽에 얘기하면서 홍 시장을 통해 정치를 해보려던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홍 시장 쪽에 제공했다. 다만 홍 시장에게 직접 보고가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지난달 21일 SNS 글을 통해 “명태균과 한 번이라도 만난 일이 있었어야 여론조작 협잡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라며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비용 대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이 과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복당을 신청했다가 철회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거짓말 기사다. 김종인에게 복당 신청, 철회한 일 없다”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