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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씨엠, 中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AD 제소
열연 조사 개시 임박에 우회수출 우려 급증
‘8조’ 후판 최대 38% 관세 매기자 가격 인상
勞 파업·美 관세 위협 직면···이익 개선 난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한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 철강업계의 중국산 반덤핑 조치가 후판과 열연강판에 이어 건축용 도금강판과 컬러강판까지 넓어졌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며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하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국내 철강 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국씨엠은 27일 세아씨엠·KG스틸 등과 함께 중국산 건축용 컬러강판과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동국씨엠은 동국제강의 도금·컬러강판 계열사다.

건축용 도금·컬러강판은 단색 샌드위치 패널이나 지붕·내벽 등 건축 내외장재로 주로 사용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물량 기준 연 280만 톤, 금액 기준 3조 원 규모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유입돼 국내 내수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철강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라강판 수입 물량은 2022년 76만 톤에서 지난해 102만 톤으로 34.2% 증가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쏟아져 들어오며 판매 단가 역시 톤당 952달러에서 730달러로 23.3% 하락했다.

동국씨엠 부산공장 전경. 사진 제공=동국제강





열연에서 촉발된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반덤핑



동국씨엠이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한 것은 단순히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범람 때문은 아니다. 업계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덤핑 조사가 시작될 경우 중국 업체들이 열연강판을 도금·컬러강판으로 바꿔 우회 수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를 했고 산업부는 조만간 반덤핑 조사 개시를 할 전망이다.

문제는 도금·컬러강판은 열연강판을 가공해 만들어지는데, 최소한의 도금 등 단순 후가공만 거쳐도 열연이 아닌 도금·컬러강판으로 분류될 여지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안 그래도 시장 가격이 크게 내렸는데 공급량이 더 늘어나 시장 왜곡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품질도 문제다. 이미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은 건축법이 규정한 도금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까지 품질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국의 열연강판 수출 물량이 도금이나 컬러강판으로 둔갑해 수출될 경우 추가 품질 저하가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유통 중인 중국산 컬러강판의 도금량은 ㎡당 60g으로 건축법 규정인 90g에 한참 못 미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은 제조원조차 적혀 있지 않다”며 “열연강판을 품질이 낮은 도금·컬러강판으로 둔갑해 수출한다면 국내 도금·컬러강판 시장은 왜곡되고 건축물 품질은 안 좋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제작한 후판 모습. 사진 제공=동국제강





‘8조’ 시장 후판 잠정관세에 한숨 돌린 철강업계…가격 인상 랠리



국내 철강업계의 대중국 관세전의 시작은 중국산 후판이다.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후판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반덤핑 제소를 했다. 이달 20일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인 강판으로 조선업과 건축업 등 산업 전반에서 고루 사용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요는 800만 톤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 수준이다.

국내 후판 시장은 2022년부터 중국이 내수 부진에 따른 후판 재고를 한국에 밀어내기 식으로 수출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2021년 44만 6495톤이었던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해 138만 1476톤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톤당 75만 원 수준인 저가 후판이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하자 후판 유통가격은 2022년 4월 톤당 138만 원에서 이달 90만 원으로 35%가량 폭락했다.

조선·건설 등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후판은 국내 시장 규모가 8조 원에 이르는 핵심 철강재다. 포스코의 1~3분기 철강재 생산량 3159만 톤 중 15.3%(485만 톤)가 후판 제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건설업 등 전방 수요가 부진한 데다 유통가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포스코는 후판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는 점도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가격 인상을 재촉했다. 25일 기준 철광석 수입 가격은 톤당 107달러로 지난해 9월(90달러)보다 20달러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30원에서 1440원까지 올랐다. 철강사들은 호주와 브라질 등에서 철광석을 수입할 때 미국 달러로 결제대금을 지불하는데 5개월 만에 원가 부담이 30%가량 상승한 것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료가 올라가고 철광석 가격과 환율이 뛰면서 원가 부담은 늘었지만 후판 가격은 상승하지 않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을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된 수준까지 올리며 수익성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철강업계는 산업부의 잠정 관세 부과 결정 이후 선제적으로 후판 가격을 높여 수익성 회복에 나섰다. 이미 동국제강이 판매점 등 유통시장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이번 주부터 톤당 3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후판 생산량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내달 중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동국제강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잠정 관세는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거쳐 한 달 내로 확정돼 부과된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국산 저가 후판에 반덤핑 잠정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기 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 사업 수익이 장기간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 달을 기다릴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 제공=현대제철





가뜩이나 어려운데 勞·美 리스크까지…올해도 어렵다



2022년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범람하기 시작하며 이미 국내 철강산업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제철은 노사 문제가 불거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조가 ‘현대차만큼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자 결국 24일 충남 당진제철소의 냉연공장의 문을 걸어 잠그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업계는 올해도 철강사들의 수익성 회복이 요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내달 12일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철강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업계는 연 263만 톤을 수출하며 수익성 방어에 일조했던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한순간에 잃을 것을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미국향 수출 비중이 미미해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마냥 낙관적인 전망에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본 등 국가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철강재가 글로벌 시장에 풀리면 철강 시장 자체가 공급 과잉을 겪고 시장 전체의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포스코 2%, 현대제철 3~4%, 세아베스틸지주 3~3.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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