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 자료화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성 마약류인 펜타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오는 3월 4일(현지시간)부로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반격을 선언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펜타닐의 미국 유입과 관련해 중국, 캐나다, 멕시코의 책임을 거론한 뒤 “그것(펜타닐 유입)이 중단되거나 크게 제한될 때까지 3월 4일 발효하기로 제안된 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는 마찬가지로 같은 날(3월 4일)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 캐나다의 관세 부과 시점은 4월2일이 맞다고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집권 2기 출범 첫 각료회의에서는 현재 유예 상태인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신규 관세(25%)를 4월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 한 달 정도 더 연장할 것임을 내비쳤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2월4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 등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협력하기로 하자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4일 10% 추가 관세 부과를 발효시켰다. 중국은 지난 10일부터 석탄과 대형차량 등 일부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면 중국산 수입품에는 한 달 사이에 20%의 추가 관세가 매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국에 60% 이상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국은 이번에도 협상 대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 조치를 택할 것을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는 28일 홈페이지에 올린 질의응답 형식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정한 마약 정책을 갖춘 나라이며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과 마약 퇴치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미국이 펜타닐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중국은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평등한 대화를 통해 차이점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올바른 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서 “미국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반제(반격하여 제압함)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27일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미·중이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이견이 있는 것은 정상이며, 평등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위협에 중국이 굴복하는 모양새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반도체·우주과학 장비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제한 등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하자 갈륨·게르마늄 수출 금지로 맞불을 놨다.
중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중국·홍콩 언론들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며, 무역전쟁이 심화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양판 중국 무역경제위원회 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관세는 개별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각국의 고용, 세금, 가격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계의 목소리와 행동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의 10% 추가 관세 부과 소식을 전하며 “비공식적이고 모순되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미국과 오랜 기간 긴밀하게 공급망을 구축해 온 글로벌 기업에 광범위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중국의 해운, 물류, 조선업, 반도체 산업 등을 겨냥해 전방위 제재를 하고 있다. 오는 4월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더욱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중국 측이 타협에 서두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 역시 경기침체 위기와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난점을 갖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4일 시작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