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산하 국립해양대기청 ‘10% 안팎 해고’
“예산 최대 3분의1 삭감 요청” 보도까지
전세계 기후 연구 선도하는 미국 자료 공백 될 수도
“예산 최대 3분의1 삭감 요청” 보도까지
전세계 기후 연구 선도하는 미국 자료 공백 될 수도
2014년 5월 23일 텍사스주 브라운빌에 위치한 국립기상청 모니터링 스테이션. 브라운빌/AP 연합뉴스
세계 최고 기상·기후 연구 기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해고’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줄줄이 통보하고 있는 부처 인력 감축에 대해 연방법원이 불법을 지적하고 나섰지만, 실제 추진된다면 세계 기후 과학 연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해양대기청(NOAA·이하 해양대기청)에서 수백명의 직원이 해고될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오후 상무부에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하루 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해고되는 직원은 전체 10% 가량으로 신입 직원이나 새로운 직위로 이동하거나 승진한 직원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양대기청 본부, 인공위성 관련 부서,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지구 유체 역학 연구실, 미국 국립기상청(NWS) 등에 모두 해고 대상자가 있다고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새로운 직책을 얻은 이들도 이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이들이다. 이들이 매일 하는 세계적 수준의 업무뿐 아니라 수십년의 전문성도 잃게 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또다른 직원도 “이런 무차별적 해고는 잔인하고 생각없는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도 1만3천명의 직원 중 800명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또 “해양대기청은 예산의 최대 3분의 1을 삭감할 준비를 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 해양대기청은 날씨와 기후를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전지구 기후를 모니터링해 연구하는 기관이다. 기상 위성을 운영하고 해양 생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기도 해왔다.
이번 미 해양대기청 인력 감축·해고는 일론 머스크 정보효율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환경보호청(EPA), 에너지부, 농무부, 내무부 등 기후와 과학 관련해 수천명이 해고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가과학재단를 비롯한 미 항공우주국(NASA),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립공원청, 국토관리국, 미국 어류와 야생동물 관리국, 생물다양성센터 등도 인원 감축 대상에서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앞서 공개한 정책 모음집 ‘프로젝트 2025’에서 해양대기청을 해체하고 관련 업무를 종료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기후 관련 비영리 단체인 ‘과학자 연합’은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2500명 이상의 과학계 인사들이 서명한 성명을 통해 “대량해고는 전면 불법”이며 “자금과 인력을 유지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리니치 평균시 기준(영국 런던 왕립천문대) 25일 1시 10분에 촬영된 미국 해양대기청 인공위성 사진. 남태평양 호주 동쪽의 알프레드, 세루, 레이 세 개의 사이클론을 볼 수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해양대기청의 인력 감축과 대규모 예산 삭감은 미국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전세계 기후과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각종 자료를 세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력을 감축하기로 한 프린스턴대 연구소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립해 전세계 과학자·정책 입안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이용하는 국제 기후모델프로젝트(CMIP)에 기여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제공해왔다. 최근 기후과학 연구는 기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지구 기후 시스템을 수치화한 기후모델을 이용한다. 해양대기청과 같은 기관이 제공하는 실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뒤 기후모델을 통해 증명하거나 보완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28일 한겨레에 “(미국 정부의 이같은 결정으로) 인공위성, 바다 위 부이, 지상 관측 네트워크 등 지구 전체 기후 감시 데이터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연속성 있는 꾸준한 연구가 중요한데, 특히 미국의 이번 결정이 자체 모델 연구가 앞선 선진국보다 공유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개발국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구과학 관련 데이터와 과학 활동은 국가 단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공유·연대가 중요하다. 연구 발전을 후퇴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각) 윌리엄 알섭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기구 인력을 감축·해고하라고 지시한 지침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는 노동조합 주장을 인정하며, 지침을 철회하라고 미국 연방 인사관리처(OPM)에 명령했다. 다만, 법원의 이 결정이 해양대기청에 영향을 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