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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과 반도체법,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여·야·정 국정협의회의 28일 2차 회의가 무산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걸 문제 삼으면서 회의 시작 25분 전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마 후보자 임명 전까지 국정협의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양당 대표가 손 잡고 출범시킨 국정협의회가 8일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5분 “오늘 국정협의회 참석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마 재판관 임명 거부 행위에 대해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고했는데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마 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며 “최 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의장실은 3시 15분 최종 무산 결정을 내렸다. 국회로 향하던 최 권한대행은 회의 무산 소십에 되돌아가야 했다. 회의장에 미리 도착했던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 정부 측은 “다른 일정을 조정했는데, 30분 전에 취소되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미 헌재가 결론을 낸 일을 놓고 국정협의회가 공전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최 대행의 마 재판관 임명과 민주당의 입장 재고를 요청했다. 최 권한대행은 “당면한 민생문제 해결과 주력산업의 생존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국정협의회가 취소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최 대행이) 오전까지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으나, 실제 국정협의회 불참까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을 내린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가 민생·경제 우선 기조를 거듭 천명해 왔기 때문이다.

국정협의회 무산 소식에 당내에선 원내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조인 출신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원내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이 ‘찬성 5, 반대 3’으로 탄핵이 기각되는 걸 우려하는 것 같은데, 객관적으로 볼 때 ‘8인 체제’여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기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그저 임명하라고 촉구하면 되는 거지, 국정협의회까지 불참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 또다른 재선 의원 역시 “마 재판관 임명으로 헌재 결정이 2주가량 늦어질 수도 있는데, ‘당장 임명하라’고 민생 논의 테이블까지 깨는 건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경제 전반이 어려워 이재명 대표는 우클릭 비난까지 받으면서 민생 이슈를 붙들고 있는데, 원내지도부만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헌법 준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저희는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입법부·행정부 수장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헌법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을 모른 척하고 논의한다면 그보다 더 큰 하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 재판관 임명시 탄핵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 부분은 유불리를 따질 대상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당직자는 “전날 실무회의 결과 정부와 여야의 입장이 팽팽해 국정협의회를 열어도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며 “이런 점을 모두 반영해 원내지도부가 최종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불참으로 국정협의회가 무산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경제를 논의하는 국정협의회에 (민주당이) 정치적 문제를 갖고 참석을 거부한 것은 국정협의회의 발족 취지를 몰각시킬 뿐 아니라 민생보다는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라서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강요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대단히 오만할 뿐 아니라 무례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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