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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감사원 월권 직무감찰에 제동
선관위에도 "부패 성역 인정 아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헌법재판소
가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들에 대한 직무 감찰이
'감사원 권한 밖'
이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불거진 감사원과 선관위의 힘겨루기가 다시 부각
됐다. 헌재 판단으로 헌법기관인
선관위
를 감사원이 감찰에 나선 것은
월권
이라는 점이 분명해졌지만,
선관위
도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내부 제도 정비와 신뢰 회복
이라는
과제
를 안게 됐다. 감사원은 이날 부랴부랴 선관위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뒤끝을 남겼다.

감사원, 총선 직후 선관위 비위 중간 결과 발표

최주연 기자


감사원
은 27일 헌재가 "헌법상 대통령 소속으로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
"선관위 현실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면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도 이날 "이로써 2023년 6월부터 실시한
감사원의 인력관리실태 직무감찰은 헌법과 법률상 근거가 없는 것
으로 확인되었다"면서도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감사원과 선관위의 악연은 지난 2023년 5월 시작됐다. 당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보도된 뒤 감사원이 이에 대한 감사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선관위는 선제적으로 자체 감사를 벌인 뒤 관련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국회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엔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해선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
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4조에 감찰 대상에 대해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관위 소속 공무원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
. 그럼에도 감사원은 “선관위의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채용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감사를 강행했다. 이후 선관위는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바꿔 감사원 감사에 응하면서도,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선관위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아랑곳 않고 광범위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여권이 완패한 22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4월 30일 이례적으로 중간 결과를 발표
했다. 당시 감사원은 “선관위 조직 전반에 채용·인사 법규를 무시하는 관행이 있다”며 아들 채용 특혜 사실이 드러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선관위 직원 27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선관위 내부에선 권익위 조사가 이미 진행된 사안에 대한 재조사 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선관위에 계엄군 보낸 尹, 감사원장 탄핵시킨 野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선관위에 대한 ‘비위 집단’ 낙인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부정선거론에도 불이 붙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선거 실체를 확인하겠다며 12·3 불법 계엄 당일 선관위 과천청사와 관악청사, 수원연수원 등에 계엄군을 투입하며 선관위를 노골적으로 겨냥
했다. 반면
야권에선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비상계엄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야당 주도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
시키며 감사원의 팔을 비틀었다.

일단 선관위와 감사원의 갈등은 이날 헌재 판결로 일단락됐지만
감사원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감사보고서' 최종본을 발표
하면서 뒤끝을 남겼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3~2023년 실시한 경력 경쟁 채용(경채) 등에서 가족·친척 채용 및 청탁, 면접 점수 조작, 인사 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 총 878건의 비위를 적발하고, 김 전 사무총장 등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선관위도 이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 않다. 선관위는 이날 입장을 내고 “고위직 자녀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감사기구를 사무처에서 분리하고 개방형 감사관을 임용했으며, 다수의 외부위원으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헌재 역시 이날 선관위를 향해 “분명하게 할 점은 피청구인(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청구인(선관위)이 피청구인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및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줄다리기가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는 왜 감사원의 타깃이 됐는지 분명히 돌아보고, 자정 기능을 크게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감사원이나 정부도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해치려는 시도는 없어야 앞으로 더 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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