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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주 출신으로 1950년 참전…이듬해 포로잡혀 35살로 병사


카폰 신부가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10월7일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OSV뉴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한국전쟁 당시 미국 군종 신부로 참전해 박애를 실천한 '한국전의 예수' 에밀 조지프 카폰 신부가 교황에 의해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됐다.

26일(현지시간) 가톨릭뉴스통신(CNA)에 따르면 폐렴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국무원 국무장관 에드가 페냐 파라 대주교를 만나 카폰 신부를 포함해 시복(諡福) 후보자(가경자) 5명과 새로 성인이 될 2명에 대한 교령을 승인했다.

교황은 2017년 자의교서 '이보다 더 큰 사랑'을 통해 시복 절차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행위를 시복의 새로운 요소로 인정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는 새 기준에 따라 카폰 신부에게 가경자 칭호를 부여했다.

1916년 미국 캔자스주에서 태어나 1940년 사제품을 받은 카폰 신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1950년 군종 신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제1기병사단 8기병연대에 배치돼 전장을 누비며 부상병을 돌보고, 숨을 거두는 장병을 위해 임종 기도를 드리는가 하면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낙오된 병사를 구출하면서 참전 용사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다. 그는 지프차 보닛을 임시 제단으로 삼아 전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거나 병사들에게 세례를 주기도 했다.

그의 부대는 1950년 11월 운산 전투 중 중공군의 포위 공격을 받았다.

곧 부대에 철수 명령이 떨어졌지만 카폰 신부는 중공군 포위를 뚫고 탈출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전선에 남아 마지막까지 부상병들을 돌봤다. 중공군에 잡힌 그는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상황에서도 헌신적으로 부상자를 간호하고 음식을 나눠주며 신앙과 인류애를 실천했다.

그러나 오랜 수감 생활과 구타, 혹독한 추위와 영양실조 등으로 병에 걸린 카폰 신부는 1951년 5월23일, 당시 35세의 젊은 나이로 포로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고 이후 그의 시신은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에밀 조지프 카폰 미국 군종 신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보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장에서 꽃핀 카폰 신부의 박애 정신은 살아남은 병사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고 사후 3년 만인 1954년에 '종군 신부 카폰'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엔 1956년 신학생이었던 고(故)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이 번역판을 내면서 소개됐다. 이후 그는 '한국전의 예수', '6·25 전쟁의 성인'으로 불렸다. 정 추기경은 생전에 "카폰 신부의 몫까지 해내고 싶다"는 뜻을 자주 피력했다.

카폰 신부의 유해는 오랜 기간 발견되지 않아 고향 땅에 묻히지 못했으나, 2021년 3월 미 국방부는 DNA 대조를 통해 하와이 국립묘지에 묻힌 신원미상 참전용사 유해 중에서 카폰 신부를 찾아냈다.

마침내 그의 유해는 2021년 9월 장례 미사 후 캔자스주 위치토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성당에 안장됐다.

카폰 신부는 전쟁터에서 인류애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한국 정부도 2021년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교황청은 시복 대상에 오른 사제에 대해 심사를 통해 영웅적 덕행 정도, '기적'(miracle)의 유무를 조사·검증하고 교황의 승인을 받아 가경자, 복자(福者), 성인(聖人)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이 가운데 가경자는 시복 심사에서 일단 성덕만 인정된 '하느님의 종'에게 잠정적으로 붙이는 존칭으로 '존경해도 되는 이'라는 뜻이다.

가경자 지위를 받은 뒤 생전 또는 사후의 첫 번째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로 선포되고, 복자가 된 뒤 두 번째 기적이 인정될 경우 성인의 칭호가 붙는다.

기적은 통상적으로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치유를 행한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카폰 신부가 최종적으로 복자나 성인으로 추대되려면 그의 기도를 통해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추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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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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