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비판도 잇따라
윤석열 대통령 쪽 변호인단인 김계리 변호사가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윤 대통령을 대리한 김계리 변호사의 마지막 변론은 망상과 색깔론으로 점철됐다. 거리의 극우 집회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로 헌법재판의 격을 떨어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김 변호사의 변론은 ‘기승전간첩’ 탓이었다.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에 북한의 지령이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그 어떤 논리적 인과성도 갖추지 못한 음모론 수준의 주장뿐이었다. 오히려 변론이 계속될수록 사회의 모든 갈등에 간첩이 관여했고, 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은 반국가세력이라는 극우적 세계관만 부각됐다.
듣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무상 재해”와도 같다는 반응(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소속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올 정도였다.
그간 증인신문 과정 등에서 신경질적인 태도로 윤 대통령에게 되레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 변호사는 이날도 ‘엑스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종합변론에 앞서 진행된 증거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담장을 넘는 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가 봉쇄되지 않았음에도 야당 정치인들이 고의로 월담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함이었지만, 국회가 봉쇄되지 않았으면 이들이 월담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증거였다. 김 변호사 자신도 “저희한테 불리할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로 김 변호사의 주장은 같은 시각 국회 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장에서 실시간으로 반박됐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최창복 전 서울경찰청 경비안전계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전면차단 지시를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받고 병력을 배치했다고 시인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국회 출입 봉쇄 정황이 담긴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텔레그램방 사진을 올리고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변호사로서는 증거와 진술이 차고 넘치는 국회 봉쇄 상황조차 부정하려다가 역풍만 맞게 된 셈이다.
변론 서두의 “저는 계몽됐습니다”라는 대목은 이날 변론의 하이라이트였다. 김 변호사는 “제가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더불어민주당이 저지른 패악을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나눠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됐다. 저는 계몽됐다”고 했다.
증거와 법리가 아닌 음모론과 일방적 주장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변론이 결국 ‘믿음’의 영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법률가가 아닌 종교인과도 같았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재 브리핑룸에서 재판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기자들은 “저도 계몽됐습니다”라는 발언이 나오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에스엔에스에는 김 변호사의 변론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변호사냐 전도사냐”고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간증하러 나왔느냐”며 “확실히 계몽이 위험하다는 건 알았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저도 계몽됐다”며 “국민의힘과 그쪽은 절대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이름을 ‘김계리’에서 ‘김계몽’으로 바꾼 비판글들도 잇따랐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25일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김 변호사가 ‘선동’을 하고 있다고 짚으며 “상식과 규범이 아니라 (극우 세력의) 분노를 자극하고 적대 감정을 끌어올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