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122조원을 투자하는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4기 중 1기 팹의 착공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하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 6년 만에 첫 삽을 떴다. 인접 지방자치단체와 용수·전력 사용을 둘러싼 갈등, 토지 보상 등으로 지연을 겪다가 최근 용인시와 협력으로 속도를 냈다.
25일 SK하이닉스는 전날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약 126만 평) 규모 부지에 짓는 첨단 반도체 제조 팹(공장) 4기 중 1기 팹이 본격 착공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시대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D램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조성된다. 2027년 5월 준공이 목표다.
클러스터는 반도체 공장(60만 평) 외에도 국내외 50여 개 소재·부품·장비 업체용 협력화 단지(14만 평), 인프라 부지(12만 평) 등으로 조성된다. SK하이닉스가 9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1기 팹 안에는 국내 소부장 협력사가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도록 첨단 반도체 장비를 갖춘 ‘미니 팹’도 들어선다. 반도체 제조는 물론, R&D와 생태계 육성 기능을 겸하는 종합 산업단지다.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건 6년 전인 2019년 2월이다. 그해 3월 국토교통부 등 중앙 정부도 바로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현실은 첩첩산중이었다.
공업용수를 끌어오는 데에서 여주시와 갈등, 정화 작업을 마친 하수를 방류하는 데에서는 안성시와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추가 지원을 안 해주면 물길 허가를 안 내주겠다”고 5개월간 버틴 여주시장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원삼면 주민들의 반대와 토지 보상 협상도 지난하게 이어졌다. 애초 2024년에 1기 팹을 완성하려던 공사가 이제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그 사이 세계 각국은 ‘국산 반도체 제조’에 국력을 쏟았다. 특히 지난해 일본은 구마모토 현의 TSMC 반도체 공장을 단 22개월 만에 완공해 놀라움을 샀다. ‘365일 24시간 공사’를 했고, 일본 정부가 총 비용(1조 엔)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 엔(약 4조5500억원)의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한국은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 투자액의 20%를 세액 공제하는 ‘사후 지원책’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기감에, SK하이닉스와 용인시는 지난해 4월 ‘조기 착공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으며 속도를 냈고 용인시는 지난 21일 최종 인허가를 내줬다. SK하이닉스는 “총 4기의 팹을 순차 조성해 급증하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적기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