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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학력·이력 속여 징역형 집유 선고
신안군, 성상 318점 처리 문제 두고 곤혹
전남 신안군은 지난 201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에 19억원을 들여 318점의 천사 조각상을 설치했다.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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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개의 섬이 있다 해서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전라남도 신안군이 요즘 조각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신안 하의도에 설치한 천사상 조각가가 학력과 이력 등을 속인 사실이 드러나서다.

신안군은 23일 최아무개(71)씨가 하의도에 설치한 조각상인 성상(聖像) 318점 처리 문제와 관련해 “주민들 사이엔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다. 여론을 수렴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신안군은 2019년 보도자료를 통해 “하의도 천사상 318점은 파리 아트저널에서 1999년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인’에 선정된 대표 작가 최씨 등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최근 법원에선 최씨의 이력이 허위라는 게 확인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 어재원)는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최씨는 2022년 경북 청도군에 “조각작품을 기증하겠다”고 속여 조형물 20점의 설치비로 2억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가 청도군에 돈을 받고 설치해 준 작품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산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신안군 누리집에 소개된 천사 조각상 안내문. 신안군 누리집 갈무리

최씨는 파리 7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에서 교수를 역임하는 등 세계적인 작가라고 사칭했다. 또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에 참여하고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다고 주장했지만, 경력과 학력은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10대 초반부터 철공소, 목공소 등에서 일했던 그는 1992년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사기 등으로 수년간 복역했다. 1992년은 그가 이력서에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고 적은 시기였다. 그는 1995년 6월 ‘고입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 수석 합격 전과 6범 40대 혼혈 수용자’로 한국방송(KBS) 9시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씨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34.63㎢)를 ‘평화의 섬, 천사의 섬’으로 꾸미고 싶다며 2018년 신안군에 제안했다. 신안군은 19억원을 들여 하의도에 천사 조각상 318점과 다른 조형물 3점 등 모두 321점을 설치하고 2019년 6월28일 ‘울타리 없는 천사상(天使像) 미술관’을 개관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당시 최씨에게 명예군민증을 전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 신안군 제공

신안군은 최씨의 허위 이력 등이 불거지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신안군 사기 의혹 사건은 청도군 사건과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하지만 법원은 청도군 사건의 경우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산으로 밝혀져 유죄로 인정했지만 신안군 사건은 “기망 행위와 편취액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계약 체결에 범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신안군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천사상 설치 경위를 밝힌 표지석을 없앴고, 설명문에도 최씨의 이력 등을 삭제했다. 신안군 문화관광과 쪽은 “우리가 피해자라고 보고 최씨를 고소한 뒤,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되면 민사 소송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무죄가 나와 난감하다”며 “검찰 항소 여부와 주민 여론 등을 살핀 뒤 작품 처리 문제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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