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비상계엄 이후 군사령관들과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 비화폰 단말기 정보를 삭제하라고 거듭 지시하자 경호처 실무자들이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공식 보고서를 올리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김 차장은 여전히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막고 있어, 내란의 주요 증거가 인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겨레 취재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김 차장은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비화폰을 관리하는 경호처 직원에게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들의 단말기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직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보안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거듭 유사한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결국 경호처 직원들은 지난해 12월12일 ‘처(處)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만들어 김 차장에게 보고했다. 문건에는 김 차장이 지난해 12월7일 “전체 단말기 내 데이터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검토사항’으로 “형법 155조(증거인멸) 관련 문제 소지”라고 기록했다. 김 차장의 지시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차장이 위법한 지시를 거듭하자 공식 보고 문건을 만들어 거부 이유를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비화폰 단말기 데이터 삭제 지시가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도 함께 적용해 지난 13일 김 차장의 세번째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보안 유출을 우려한 조처였고 실제 삭제한 기록이 없다’는 김 차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또 기각했다.

김 차장이 장악한 경호처는 특수단이 시도하고 있는 비화폰 기록 압수수색을 여전히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틀 간격으로 자동 삭제되는 비화폰 기록은 포렌식 등의 방법으로 되살릴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삭제하거나 시간이 경과하면 복구 확률이 떨어진다. 김 차장 강제수사는 비화폰 기록 확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검찰이 석연찮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거듭 기각하면서 내란의 핵심 증거 확보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현출된 증거를 충분히 검토해 영장을 기각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671 화재로 현관문 강제 개방‥"수리비 내놔" 랭크뉴스 2025.02.24
46670 트럼프 “하나님, 아내, 가족 다음으로 좋아하는 단어가 관세” 랭크뉴스 2025.02.24
46669 [단독] 김성훈 비화폰 삭제 지시 반복, 직원들 ‘보고서’ 쓰며 거부했다 랭크뉴스 2025.02.24
46668 [단독] “어도어가 불법 감금” 주장한 뉴진스 매니저… 고용부 또 ‘무혐의’ 결론 랭크뉴스 2025.02.24
46667 엄마는 96세, 세 자매는 73세, 69세, 63세 ...“아버지의 사랑까지 드리고 싶었어요” 랭크뉴스 2025.02.24
46666 “김용현, 서재 자료 전부 치우라 지시…3시간 세절” 랭크뉴스 2025.02.24
46665 “50만 원이 통장에”…두산, 육아휴직자 동료에도 지원금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24
46664 “제2 딥시크·팔란티어 찾아라” [3월 주식시장 키워드②] 랭크뉴스 2025.02.24
46663 국장 떠나는 개미들… 과반수가 미국 시장 선호 랭크뉴스 2025.02.24
46662 "김용현, 계엄 후 자료 폐기 지시…3시간 세절, 통 3번 비워" 랭크뉴스 2025.02.24
46661 尹탄핵 인용 52.0%·기각 45.1%…정권 교체 49.0%·정권 연장 45.3%[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24
46660 尹 탄핵에 '인용' 52.0%·'기각' 45.1%…헌재에 '공정' 50.7%·'불공정' 45.0%[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24
46659 "업무성과 보고 안 하면 해고" 머스크에 국방부·FBI 등 공개적 '반기' 랭크뉴스 2025.02.24
46658 '중·수·청' 다 밀리는데 느긋한 與... "총선 참패 반복될라" 랭크뉴스 2025.02.24
46657 [비즈톡톡] AI 격변기에 정·재계 교류 확대하는 네이버… 오픈AI·딥시크 추격은 언제 랭크뉴스 2025.02.24
46656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 하의도 ‘사기꾼 조각상’ 골머리 랭크뉴스 2025.02.24
46655 ‘월남전 용사’ 모자 썼다가…베트남 입국 거부되고 벌금까지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24
46654 탄핵 인용 52%, 탄핵 기각 45.1%···정권 교체·연장은 오차범위 접전[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24
46653 “8백만 원 물어내”…소방서에 현관문 수리비 요구한 주민들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24
46652 3명 사상자 낸 대구 무도장 방화범··· 대법서 징역 35년 확정 랭크뉴스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