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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한파 속 대학 졸업식 가보니…"취업 더 어려워져"
치솟는 물가에 어려움 한목소리…어수선한 정국엔 다양한 반응


졸업식 기념사진은 필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2.2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확실히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취업이 더 어려워짐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해가 바뀔수록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경기도 안 좋아지니까 눈을 낮춰서라도 최대한 빨리 취업하는 게 이득이란 얘기가 친구들 사이에서 나오곤 합니다."

지난 19일 서울 A대학교에서 만난 졸업생 고은비(25) 씨는 이렇게 말하며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전기 학위수여식으로 교내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고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지만 영광의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은 복잡한 속내를 토로했다.

같은 날 졸업식이 열린 B대학교도 축하의 인사와 환한 미소로 가득했지만 졸업생들의 마음은 기쁨으로만 채워지진 않았다.

경기 불황·고용 한파에 탄핵 사태까지 발생한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사회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2025년 대학 졸업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졸업 후 내 진로는?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지난 18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학사모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2025.2.24 [email protected]


가장 큰 고민은 취업·진로
B대학에서 만난 윤현호(25) 씨는 "최근 들어 기업들이 신입보단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니 지원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공개 채용 대신 수시 채용이 늘어나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과 동기의 졸업을 축하해주러 온 B대학 졸업생 이우진(27) 씨는 "지난해 8월에 졸업해서 그때부터 계속 취업 준비를 해오고 있다. 사실 오늘도 면접 일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의 취업난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옛날엔 대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웬만해서 다 취업이 되곤 하는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대학 졸업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내 주변 대부분의 친구도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의료계 파업 사태가 간호대생들의 취업난을 가중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B대학 간호학과 졸업생 박주영(23) 씨는 "지난해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병원이 적자가 나고, 간호사까지 뽑지 않는 등 간호대생들에게는 재앙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학 병원도 간호사 채용을 안 해서 자대생들이 흡수가 다 안 된 상황이고, 그에 따라 주변 친구들이 과거엔 지원하지 않던 병원들도 지원하는 등 전보다 훨씬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학사모 쓴 졸업생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지난 19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한마음홀에서 열린 2024학년도 의과대학 및 의과전문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학사모를 가다듬고 있다. 2025.2.24 [email protected]


24일 통계청의 '2025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8천명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더믹 시기였던 2021년 1월 청년층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1만4천명 줄어든 이후 4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청년층 고용률 역시 크게 하락했다. 동시에 청년층과 30대의 고용률은 35%포인트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15~29세의 고용률은 44.8%로 전년 동월 대비 1.5%포인트 하락했지만 30대는 80.0%로 0.9%포인트 증가했다.

취업문이 막히자 대학원 진학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많다.

B대학 졸업 후 동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앞둔 김광희(26) 씨는 "연구직이나 교수를 희망하고 있고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는 바람이 커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에 많은 문과생 친구를 보면 일반 대학원 혹은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취업 적정 연령도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취업난이 심각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취업을 준비하던 고씨(A대) 역시 오는 3월부턴 대학원생이 된다.

그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어 국제학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됐다"며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이 안 되다 보니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 과정을 밟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경희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도 버거워
졸업생들은 하나같이 치솟는 물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도 입을 모았다.

B대학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는 홍모(27) 씨는 "동네 자취방 월세가 전반적으로 60만원에서 70만원으로 10만원씩 오른 걸 보며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월세 및 관리비 분석 데이터를 보면 지난 1월 보증금 1천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60만9천원, 평균 관리비는 7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월세 57만4천원·관리비 7만2천원)보다 월세와 관리비가 각각 6.1%, 8.3% 오른 것이다.

김씨(B대) 역시 "집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앞으로의 물가 상승을 예상해서 최대한 기간을 길게 잡고 자취방을 계약해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직접 집에서 해 먹는 게 더 싼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이젠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거나 밖에서 사 먹는 거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고씨(A대)는 "학교 앞에 자주 가던 감자탕집이 있다. 입학했을 땐 한 그릇에 7천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1천원으로 올랐다"며 "학교 근처 식당들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오른 걸 보면서 물가가 확실히 많이 올랐다는 걸 체감했다"고 아쉬워했다.

B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박경빈(25) 씨는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고 국내 주식 시장만 봐도 경기가 안 좋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꽃다발을 사 온 친구 C씨는 "5년 전만 해도 똑같은 꽃다발을 2만원에 샀었는데 오늘은 4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매했다. 거의 2배 가까이 오른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더 큰 꿈을 향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2.24 [email protected]


탄핵 정국엔 다양한 반응
지난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씨(B대)는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마냥 (탄핵 정국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윤씨(B대)는 "사실 지금의 탄핵 정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 탄핵 사태를 너무 정치적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B대 간호학과)는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주권 의식과 정치를 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지고 정치인, 정당의 정책과 주장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의견을 내야 하는 시기이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씨는 "탄핵 정국 이후 다시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는 국민들이 계엄에 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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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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