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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천재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과 제2의 백강혁이 되길 꿈꾸는 양재원(추영우 분), 2명의 ‘브로맨스’를 볼 수 있다.

이 둘은 열악한 중증외상센터를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이 둘의 ‘결합’이 순탄친 않았다. 양재원은 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 분)의 총애받는 전공의라 외과 과장 입장에선 그의 커리어가 ‘중증외상전문’으로 바뀌는 걸 원치 않았던 것.

아끼던 제자를 지키기 위해 설득하는 한유림과 싹이 보이는 전공의를 제자로 데려오려는 백강혁의 ‘다툼’을 보며 리더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구성원의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다.

구성원들은 미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건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궁금해한다. 과연 우리 조직에선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리더들과는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하지만 리더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리더에게 커리어 코칭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먼저 돌아오는 답은 ‘두렵다’는 반응이다.

내가 해줄 수 없는 요구를 할까 봐,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는 답이 나올까 봐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맡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리더 입장에선 괜히 ‘미래’, ‘꿈’을 이야기하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은 게 당연하다.

알고 싶은 구성원과 맞서기 싫은 리더, 그럼 방법은 무엇일까. ‘커리어’에 대한 얘기를 조직이 먼저 꺼내 놓아야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 생각나는 것처럼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잊을 수 없는 고민,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맞서는 게 낫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미 ‘마음 떠난’ 구성원을 끌고 가는 게 더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많은 조직이 ‘커리어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사내 이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성과가 더 잘 나온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럼 고민은 하나다. 리더라면 커리어 코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다. 중증외상센터의 한유림 과장처럼 ‘손 놓고’ 있다가 아끼는 마음으로 보던 구성원을 갑자기 떠나보내는 걸 원치 않는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리더가 구성원에 대한 시각을 점검해야 한다. ‘내 팀원’, ‘내 구성원’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시작이다. 구성원은 리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리더들을 만나 고민을 듣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리더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음을 느낀다.

부서를 옮기고 싶다고 말한 직원에게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냐?”는 식의 반응이다. “내가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서운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건 리더만의 생각일 때가 많다. 구성원들은 리더와의 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나의 역량 향상을 위해 더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독립된 존재다.

자신의 미래와 맞지 않은데 리더라는 사람이 좋으니 남는다는 선택을 하긴 어렵지 않을까? 물론 리더 입장에서 속상함이 없을 순 없겠으나 리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떠나려는 게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이 지금 일하는 곳에서 충족되지 않기에 떠나는 것일 뿐이다. 구성원 자신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임을 받아들이자.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그렇다고 ‘구성원이 원하면 무조건 보내라’는 건 아니다. 리더도 리더의 입장이 있다. 갑자기 직원 한 명의 자리를 메꾸는 게 생각만큼 쉽진 않다. 이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서로가 잘 헤어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커리어를 함께 고민하는 ‘커리어 코칭’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될 직원이 그곳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이끄는 조직의 충격도 최소화 하기 위한 방법이 미리 맞서는 코칭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지금 하는 일과 달라서 다른 부서로 옮겨 달라고 말하는 직원, 하지만 우리 부서 입장에선 지금 당장은 그 직원의 손이 필요하다. 그리고 리더인 내가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지금 그 구성원의 역량으론 해당 부서에서 잘 적응하기도 힘들 것 같다면.

두 가지 차원으로 고민해 보자. 일단 그 직원의 결심에 응원을 보내자. 앞서 말했듯 사람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니까. 다만 현실적인 조언은 필요하다. 그가 새로운 곳에서 환영받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현재가 좋아야 한다. 지금의 일이 비록 썩 성에 차지 않아도 여기서 성과를 보여줘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리더 입장에서 “도와줄 방법은 충분히 찾아볼 테니 일단은 현재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통해 ‘일 잘하는 직원’으로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소위 ‘폭탄’을 또 넘긴 게 아니라 ‘괜찮은 인재’를 보내줬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 구성원 역시 기존 부서원들에 대한 좋은 ‘뒷맛’을 남길 수 있어 좋다. ‘평판’이 중요한 비즈니스에서 꼭 필요한 노력이다.

이게 일차적인 방법이라면 고수 리더는 한 단계 더 고민한다. 바로 현재의 일과 미래에 그 직원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연결하는 것이다. ‘영업’ 부서의 구성원이 ‘연구개발’의 커리어를 원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개발하고 싶은데 매일 고객 만나서 상담하고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게 싫은 건 당연하다. 영업과 개발, 이 둘을 이렇게 연결하면 어떨까?

‘지금 하는 영업 업무를 앞으로 고객 맞춤으로 개발을 위한 사전 리서치 작업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영업 직무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생생한 고객들의 반응이다. 고객들은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것에서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겠지만 아쉽게 여기는 점도 있다.

결국 현재 영업 직무를 하며 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앞으로 개발할 때 좋은 소스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직무라도 연결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건 해당 업무 경험이 많은 리더들이 더 잘 본다. 이를 찾아서 설명해 주자. 그래야 직원들도 비록 ‘지금’은 내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지만 현재 하는 일에서도 ‘의미’를 느끼며 일할 수 있다.

커리어 코칭은 참 어렵다. 구성원의 마음이 리더의 마음과 똑같을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중요한 게 커리어를 ‘미리’ 묻고 챙기는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알아야 서로에게 도움 되는 방향, 피해 주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어떤 반응이 나올지 두렵더라도 일단 시작하자. 그게 나중에 ‘갑자기 휘몰아치는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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