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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양제지, 146억 과세 취소 확정
“할증규정 넘어도 경제적 합리성 있으면 정당”
[법알못 판례 읽기]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이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 대법원은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에서 최대주주 할증 규정을 초과하더라도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이 입증되면 정당한 거래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전하는 거래에서 상증세법상 할증평가 규정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 시 예외 없는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향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최대주주의 주식거래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146억 규모 과세처분 전액 취소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024년 10월 31일 신대양제지가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며 원심을 확정했다(2024두46729).

원고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주식을 부당하게 고가매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은 특수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정한 거래가액이 법령상 시가와 차이가 난다는 사정만으로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춰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신대양제지가 2017년 4월 상장사이자 형제회사인 대양제지의 최대주주 지분 124만여 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원고는 당시 주당 4만원(기준 주가 2만17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1만8300원을 더한 금액)을 지급했다.

이는 구 상증세법상 최대주주 할증규정(30%)을 적용한 주당 2만8292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었다. 과세당국은 이 초과분을 문제 삼았다. 부당한 고가매수로 판단하고 차액 146억원에 대해 소득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원고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2020년 11월 기각됐고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본질적 의미 재조명


1심인 수원지방법원은 2021년 8월 19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을 맡은 수원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이상호 판사)는 2024년 5월 29일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당행위계산부인 제도의 본질을 상세히 설명했다. “구 법인세법 제52조에서 규정하는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서 건전한 사회통념과 상관행 기타 경제적으로 합리성 있는 방법에 의하지 않고…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관한 판단은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비정상적인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 특성도 고려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국내 골판지 시장의 경우 주요 업체 몇 곳이 골판지 원지 및 상자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을 형성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각 그룹 내 계열사들이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특수한 사업구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와 대양제지공업은 1990년대부터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골판지를 구성하는 골심지, 표면지, 이면지에 대한 생산능력을 분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골판지 상자 업체들을 공동으로 지배하면서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거래가격 산정 과정의 객관성도 인정했다. 원고는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산정했다. 한 감정평가법인은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해 경영권 이전이 수반된 유사업종 상장회사 거래사례를 분석,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당 1만8660원으로 평가했다.

다른 감정평가법인도 유사한 방식으로 1만8680원을 제시했다. 추가로 원고는 모 회계법인에 양수가액 적정성 검토를 의뢰했고 그 결과 산출된 금액 범위(주당 1만8412~5만1067원) 내에 거래가격이 포함돼 있었다.

경영권 프리미엄 본질 재해석


법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판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회사마다 달라질 수 있고 주식의 가치평가가 고도로 주관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당사자들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가변적인 성질의 액수”라고 판시했다.

특히 “지배권의 가치는 개개 주식 등과 같이 대규모의 거래시장이 존재해 항시 확인 가능 상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의 가치를 정확하게 입증하는 것은 당사자 및 과세관청 어느 편의 입장에서도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과세당국의 접근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도 주목된다. 재판부는 “구 상증세법 제63조 제3항은 최대주주 등의 재산권이나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위헌의 소지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할증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사실상 최대주주 등에게 할증 규정에 따른 평가액으로 거래가액을 정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특수관계인의 계약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시 제지업계의 다른 경영권 거래사례도 상세히 검토했다. 재판부는 “제지업계의 다른 상장법인의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책정된 경영권 프리미엄 비율은 통상적으로 거래주식 시세의 약 100~120% 범위에서 형성됐다”고 확인했다.

이번 거래의 경영권 프리미엄(장내 주식가격 대비 약 84.33%)은 오히려 이러한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법원은 이를 거래가격의 합리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로 봤다.

조성권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전하는 거래에 있어서 상증세법상 할증평가 규정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 시 예외 없는 판단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향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최대주주의 주식거래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돋보기]

“계약자유·평등권 보장”…M&A 새 이정표 되나


이번 판결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새로운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법원이 헌법상 권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할증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최대주주의 재산권과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과 특수관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가 없는 자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증세법상 할증률(20~30%)에 따라 획일적으로 평가해온 과세당국의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M&A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 거래 시 경영권 프리미엄 산정이 한층 유연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권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과거에는 형식적 할증률에 맞춰야 했지만 이제는 실사와 객관적 가치평가를 통해 적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산정하는 게 중요하게 됐다”며 “특히 계열사 간 거래나 승계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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