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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2월 17일

<이 장면 이후 ‘암흑’>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1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의 일부 전력을 차단한 사실이 확인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펜으로 지목한 부분은 계엄군이 본관 지하 1층 분전함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 성동훈 기자


일요일 국회발 ‘긴급’ 기자회견 일정이 공지됐습니다. 대체로 ‘긴급’이라 붙은 일정은 보내는 이들 입장에서야 긴급이지만,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적으로 그렇습니다. 일이 평일에 비해 많지 않은 이날 큰 기대 없이 챙긴 일정에서 1면 사진이 나왔습니다. 경험을 무시할 순 없지만 경험에만 기댄다면 놓칠 일이 많을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새깁니다.

월요일자 1면 사진은 내란 국조특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4일 새벽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의 일부 전력을 차단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는 장면입니다.

■2월 18일

<관저 막어섰던 그때 그 의원들, 이젠 ‘법치’ 막아서나>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36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는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관저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권도현 기자


1면 사진을 고를 때 사진이 어떻게 읽힐지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도가 없는 사진은 없겠으나 굳이 1면까지 써야 하는가, 하는 문제 앞에서 사진 회의의 침묵이 길었습니다. 어떤 사진은 맥락 속에선 보다 또렷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36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를 찾아 항의했습니다. 사진 속 의원 대부분은 지난 1월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며 관저 입구를 막아서기도 했었지요. ‘관저 막아섰던 그때 그 의원들, 이젠 ‘법치’ 막아서나’가 사진 제목으로 붙었습니다. 헌재 앞에 늘어선 의원들이 ‘법치를 막아서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길 바랐습니다.

■2월 19일

<미·러 외교장관, 사우디서 회담...‘우크라 전쟁’ 끝날 수 있을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 등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야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사진이야 일정이 예정돼 있으면 쓴다 못 쓴다 대충 각이 나옵니다만, 외신의 경우 정확한 시간 일정이 나오지 않는 이상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러시아 외교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한다고 예고됐습니다. 시간을 알 수 없으니 시차를 계산해봐야 소용 없습니다. 임시로 1면 사진 한 장을 골라 놓았습니다. 협상 사진이 안 들어온다면 다음날 1면이 될 사진입니다.

사진 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에 협상 사진이 떴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사안이라 외신 사진기자가 서둘러 마감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 긴장과 조바심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고르고 말고 할 것 없이 딱 이 사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일간지가 이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2월 20일

<길원옥 할머니의 넋은 이곳에 남아...>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688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할머니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길 할머니는 6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마지막까지 수요시위 현장을 지켰다. 이제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 뿐이다. 권도현 기자


사심이 들어간 사진을 1면 후보로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진이 있다면 회의에서 걸러지겠지요. 회의를 하는 이유입니다. 회의 자리에 앉은 이들 저마다의 경험으로 뉴스사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고, 그런 의견들이 모이고 다투는 과정에서 1면 사진이 결정됩니다. 회의는 답을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목요일자 1면 사진에는 사심이 좀 보태졌습니다.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는 수요시위의 장면입니다. 수요시위는 제가 사진기자가 된 20여 년 전부터 카메라에 담았던 현장입니다. 길 할머니는 건강문제로 못 나오실 때까지 가장 오랜 시간,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셨던 분입니다. 1면 사진에 추모의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회의에서도 공유돼 쓸 수 있었던 사진입니다.

■2월 21일

<모처럼 손에 손잡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이 20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정협의회 첫 4자 회담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인들의 사진은 연출돼 정형화한 것이 더러 있습니다. 애초 사진기자의 요구였는지, 정치인들의 연륜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정치인의 자기 연출은 정치력이기도 합니다. 초선 때 쭈뼛하던 의원들이 재선, 3선이 되면서 천연덕스러워지는 것을 봅니다. 카메라 대처법을 알아간다는 뜻입니다. 사진기자의 습성과 사진 앵글을 너무나 잘 아는 6선 연륜의 박모 의원은 분명 셔터를 누를 때는 없었는데 메모리카드를 열면 귀신같이 앵글 안으로 들어와 있더라는 신출귀몰함으로 유명했습니다.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열려 모처럼 대통령 권한대행, 국회의장, 여야 대표가 모였습니다. 회의 시작 전에 손을 맞잡았습니다. 표정도 좋습니다. 정치인들에게는 참 익숙한 동작이고, 사진기자의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사진입니다. 회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 간격은 벌어지고 표정과 시선은 달라지지요. 분위기 좋은 사진과 달리 기사는 ‘이견’ ‘합의 실패’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금요일자 1면 사진이었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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